11월을 혼자, 쉬면서 맞이할 수 있어 좋았다. 매트와 침구를 갈고 세탁하고 병원에 다녀오고 하면서 화요일을 보냈고, 어제는 오랜만에 종일 집에 있으면서 주문한 햇양파로 장아찌를 담그고 선풍기 하나를 청소해 창고에 집어 넣었다. 별 한 게 없는데도 시간은 금방 갔고 내 노동의 최대치는 주 4일 출근이라고 생각했다. 화요일에는 김현식 아저씨를 떠올리면서 운전하며 노래를 들으려고 했는데 예전에 아이튠즈 동기화하며 음원이 다 날아가버려서 들을 수 없었다. 노트북 하드는 비좁기 그지없지만 휴대폰은 여유로운데, 돌이킬 수 없는 어느 날의 동기화가 새삼 한스러웠다.
오늘 공간에 출근해서는 마음을 다잡고 지난 기록을 정리해야지 생각했으나 잘 되지 않았지만, 그래도 몇 개의 포스트는 대략 정리를 했다. 햇볓도 쐴 겸 잠시 외출했다가 화요일 다이소에서 산 usb 2.0 멀티허브로 내비게이션 업데이트를 다시 시도했다. 2014년부터 쓰고 있는 노트북의 하드 용량이 너무 적어서 네이버 마이박스며 내비게이션 sd카드에까지 자료들을 올렸다가 내렸다가 해야 했지만, 성공했다. 내일 부모님 생신 겸 회 택배 주문하러 중앙시장에 갈 예정인데 뻔히 아는 길이지만 시험 가동을 해봐야겠다.
내비게이션 업데이트하면서 하드 용량 경고를 몇 차례나 받아서 제어판 프로그램 제거 메뉴를 열고 이것저것 검색하며 삭제를 했다. 그래봐야 확보되는 용량은 깨알만큼, 노트북 하드에 뭐가 그리 많은 것 같지도 않은데 용량 5기가 확보하는 것도 어려우니 난감하다. 노트북으로 하는 거라곤 문서 작성과 인터넷 정도뿐이어서 굳이 새로 사고 싶지는 않은데, 8년 넘게 썼으면 한계가 온 건가 싶기도 하고. 잘 모르겠다. 오후에 서울의 지인에게서 다정한 연락을 받은 게 오늘의 가장 따뜻한 일이었다. 어제 유튜브에서 이옥섭 감독의 인상적인 이야기를 들었고 오늘도 계속 생각이 나는데, 내가 그럴 수 있을지는 자신이 없다. 내일이 온다, 월요일도 오겠지. 11월은 잘 지내고 잘 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