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복은 청량리 수산시장에서 30년 넘게 장사하며 세자매를 키웠다. 속 깊은 첫째 딸은 공무원 집안과 결혼을 준비 중이고 시장은 철거 위기에 처해 있다. 배움이 짧지만 공무원 사돈 앞에 주눅들지 않고 상견례를 치른 날, 철거 투쟁에 함께하는 시장 상인들의 술자리 끝에 잘 알던 동료 상인 기택에세 성폭행을 당했다.
하혈로 산부인과를 찾아가고 장사를 쉬며 집안에 앓아누운 오복은 억울한 마음을 누구에게 털어놓을 수도 없고 어떻게 해야할지도 알 수 없다. 며칠씩 장사를 나가지 않는 엄마를 걱정하는 딸들이 있지만 속을 터놓을 수는 없다. 애끓는 마음을 달래며 며칠 만에 시장에 나갔던 오복은 기택이 잘 따르는 상인의 집을 찾아가 거두절미하고 그에게 사과를 받아달라고 한다. 하지만 이후 영화는 노골적이고 참담한 현실감으로 채워진다.
성폭력 피해자의 선택과 가해자/들의 연합이 세상의 단면을 가감없이 보여주지만, 연기와 연출은 소재와 메시지에 매몰되지 않은 점이 좋았다. 극적인 각성이나 반전은 없지만 자신을 존중할 줄 알고 그에 따른 용기를 낼 줄 아는 오복 캐릭터가 좋았고, 현실에 가까운 섬세한 접근과 담담한 응시의 힘이 느껴지는 영화였다.
7/29 cgv서면 art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