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같은바람2021. 6. 14. 21:51



함께라는 사실만으로 이종의 존재가 서로를 보듬고 사랑하고 지켜주는 이야기가 생경하면서도 따뜻했다. 혼자서는 OO이 될 수 없지만, 함께함으로 인해 서로의 다름을 뛰어넘어 OO가 될 수 있다는 다정하고도 유연한 세계관, 만났다는 것 외에는 인연이 없고 언제까지 함께할 수 있을지 기약도 없지만 지금을 온전히 의지하는 관계, 둘만의 전면적인 연대를 통해 현재의 난관을 헤쳐가면서도 각자의 궁극을 응원하는 사이. 기어이 바다와 대면한 '나'를 있게 한 노든과 치쿠와 윔보의 사명감과 헌신은 결국 스스로에게도 가장 아름다운 사랑이었다.

어쩌면 살아가는 누구나 바라는 일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고받는 것에, 마음을 닫아걸고 살아가는 것에 익숙한 나를 돌아보지 않을 수 없었다. 이들처럼 생존을 건 고통과 위기에 처한 적은 없지만 나의 긴긴밤에도 많은 누군가 혹은 무언가 들이 있었다는 걸 기억하게 만들어준다. 따뜻하고 뭉클하고 용기를 주는, 눈과 마음이 함께 정화되는 듯한 고마운 책이다.


루리 글 그림
2021.2.3.1판1쇄 4.30.1판6쇄, (주)문학동네

 

 

Posted by 나어릴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