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일지2022. 8. 20. 17:55



마음 없는 셈치고 하루를 보내고 있다. 공간에 출근해서 잠시 과자 먹는 몇 번을 제외하고는 기계처럼 일했다. 내일까지 완료할 파일의 형태를 전달받고, 다음 단계의 작업을 원활히 진행하기 위해 나름의 세부파일을 만드는 와중에 어제 한두 시간 집중해 작업한 내용이 담긴 파일을 덮어쓰고 저장하는 조용한 만행을 저질렀지만. 이런저런 검색과 시도 끝에 임시파일로도 뜰 리 없고, 시스템 복원을 한다한들 돌이킬 수 없다는 걸 깨닫고 그런 일도 없는 셈쳤다. 

 

애초의 목표치에 부족한 무언가가 걸리고 잘못하면 꽤나 성가신 상황이 일어날 수도 있을 것 같아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가기 전에 나름의 보완을 한 건 잘한 일인데, 덕분에 오늘 진행한 일들도 다시 돌아봐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전면적인 수정 같은 건 아니지만 다섯 시간 넘게 노트북만 보며 작업한 것들 중에 다시 살펴야 하는 내용이 생겼다는 건 별로다. 아무려나 마음 없는 셈치는 일이 종종 생길 것 같은데 오늘 처음 성공한 것 같고, 이런 성공을 경험해야 한다는 것 역시 별로다.

 

유일한 위로는 오늘부터 당분간 혼자일 수 있다는 것, 다음 주면 또 가슴이 답답해지겠지만 후회해봐야 소용 없으니 우선은 지금에 집중해야겠다. 어젯밤 잠들기 위해 뒤척이며 오늘쯤은 재가 되었을 BG와 두 번의 수술로 지난한 여름을 보내는 사촌이 생각났고, [멋진 세계]의 미카미와 [서경식 다시 읽기]의 어느 부분이 겹쳐 떠올랐다. 내일 퇴근 전 할당량의 작업을 마무리해 전달하고 집에 가서 쉬는 동안은 포스트만 만들어놓은 영화와 책 들을 정리할 수 있으면 좋겠다. 아름다운 것들을 그저 흘려보내고 있어 마음의 그늘이 더 짙어지는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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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나어릴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