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의 아니게 마감일지를 집에 와서 쓴다. 금요일 퇴근 후 오랜만의 출근, 닷새 동안 놓았던 운전대를 잡으려니 혹시 까먹었으면 어쩌나 걱정이 됐지만 다행히 그렇지는 않았다. 오랜만에 본 벤은 컨디션이 무척 좋아서 사장님 말씀대로 한 번에 주차비를 받아서 전달하고는 혀를 내밀고 귀여운 표정을 지어주었다. 어제 통영에 도착해 더위가 한풀 꺾였다고 느꼈는데 그 덕분인가 싶다.
공간에서는 지난주까지 일단 마무리한 작업을 토대로 다음 단계 진행을 위한 회의를 했다. 회의가 끝나갈 즈음 손님들이 다른 회의를 위해 방문했다가 잠시 동네를 들러보려 나가셨다. 지난달 언젠가 그들이 대화를 나누는 한 시간가량 어정쩡했던 게 떠올라서, 나는 이후 작업을 위한 정리를 마무리하고 먼저 나왔다. 마감일지를 귀가해 쓰게 된 이유.
출근해 얼마 후 친구에게 부고를 전해 들었다. 그의 결혼식에 간 게 마지막이었으니 연락 끊긴 지 한참이지만, 초등학교 동창이 췌장암으로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었다. 학교 다닐 때는 늘 티격태격했지만 졸업 후 반창회며 이래저래 띄엄띄엄 만나며 크면서 착해지는 스타일이라고 놀렸던 친구였는데, 연락 없이 살면서도 떠올리는 일은 별로 없었지만 그럼에도 충격적이었다.
소식 전한 친구와는 설 연휴 이후 처음이라 이십오분이나 통화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는데, 전화를 끊고 전해준 부고 문자를 확인하니 기분이 이상해졌다. 못 본 사이 어떻게 지냈는지도 모르지만 안타깝고 슬펐다. 그 아이의 삶의 시간이 이만큼이었다는 것도, 얼굴도 모르는 아내와 딸아이도, 떠올리니 새삼 가슴이 아프고 착잡하다. 달리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아내의 계좌로 마음을 보냈는데, 그것도 뭔가 씁쓸했다.
BG야, 오늘은 너를 기억할게.
건너간 곳에서는 평안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