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네 표정이 말을 안하면 마치 죽일 것만 같으이 작사,곡 김재덕 김형태 혹은 황신혜밴드. 어쩌다보니 읽지도 않았으면서 그가 낸 책을 세 권이나 갖고 있고, 그들의 노래를 꽤나 못 견뎌 했음에도 심지어 '병아리감별사 김씨의 좁쌀로맨스'까지 나는 들어버렸다. 단지 코드의 문제인지, 혹은 그의 세계가 너무나 심오한 탓인지, 설마 내가 성의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인지는 알 수 없지만... 황신혜밴드는 내게 늘, 아우라 없는 키치요 요령부득의 그로테스크 그 자체였다. 답답한 마음에 우발적으로 단기간 좋아했던 '문전박대'를 제외하면, 내가 진심으로 좋아하는 그들의 노래는 오로지 이거 하나. 도시락특공대 두번째 음반에 실려있는, 정규 음반에서는 들을 수 없었던 정상적인(?) 읊조림. 청자의 인내를 시험이라도 하려는 듯, 늘 바락바락 악을 써대던 그들을 생각하면 정말이지 놀라울 따름이다. 꽤나 공을 들여 무려 100쪽에 달하는 시화집으로 꾸며진 음반의 부클릿(이라기보다, 작은 책에 음반이 끼워져있는 느낌)도, 이 노래의 발견으로 무감흥이었던 것 같은. 예전의 일이라 장담할 수는 없지만. 세상의 많은 말들로부터 녹초가 되어버리면, 으레 장난같은 황신혜밴드의 '말'이 떠오른다. 말 많은 나를, 녹초로 만들어버리는 무소불위의 말들이 여전히 세상에 횡행한다는 게 의아스럽기도 하지만. 가끔 적의처럼 발광처럼 입을 틀어막아 버리고 싶은 누군가의 말과 멀리 있지 않다는 것, 꼭 그것 때문은 아니면서도 가끔은 모든 비틀림과 어긋남을 그 말 탓으로 돌리고픈 마음이 되고는 한다. 이런 날들이 계속 될 때는... 몸을 쓰는 피곤은, 피곤도 아닌 것이다.
말을 원하면 말을 하네만 말을 믿진 말게나
말이란 놈은 암만 애써도 결국 말일 뿐이야
때론 사람들 말에 취하지 말에 미쳐버리지
피곤한 관계 갈등과 고민 모두 말 때문이야
말을 하겠네 자넨 듣게나 뚫린 두 개의 귀로
똑똑히 듣게 나의 하는 말 나는 말하기 싫어
알 수가 없네 뭐가 그렇게 신경쓰일 일인지
생각해보게 말이 무언가 한낱 동물의 소리
다만 몇 가지 약속이 붙은 울부짖음 아닌가
말하기 싫어 말하지 말게 다만 이해해주게
가능하다면 좋은 친구여 말은 하지 말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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