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나의 스무 번째 생일인데
참 이상한 건 멀쩡하던 기분이
왜 이런 날만 되면 갑자기 우울해지는 걸까
난 정말 이런 날 이런 기분 정말 싫어
이런 기분 정말 싫어
오늘은 나의 스무 번째 생일이라
친구들과 함께 그럭저럭 저녁 시간
언제나처럼 집에 돌아오는 길에
별 이유도 없이 왜 이리 허전할까
난 이런 기분 정말 싫어
너희들의 축하에도 이런 기분 정말 싫어
어제와 다른 것은 없어
그렇지만 기분이 그래
내일이 와버리면 아무 것도 아냐
오늘은 나의 참 바보같은 날이었어
친구들과 함께 저녁시간 보낸 후
언제나처럼 집에 돌아오는 길에
별 이유도 없이 왜 이리 허전할까
난 이런 기분 정말 싫어
너희들의 축하에도 이런 기분 정말 싫어
별스러운 축하에도 이런 기분 정말 싫어
작사,곡 이석원
어제하고 오늘은 나란히 내가 좋아하는 두 사람의 생일이 이어져있는 날이다. 생일 '축하'와는 좀 어울리지 않는 가사지만, 처음 노래를 들은 후에 '생일' 하면 언제나 제일 먼저 떠오르는 노래다.
원해서 태어나는 게 가능할 리 없겠지만, 어쨌거나 왜 태어났을까 하는 의문이 필요 이상으로 자주 떠오르는 태생이다보니 꼬박꼬박 돌아오는 생일 역시 별 감흥이 있을 리 없다. 초등학교 시절 정도를 빼고는 생일 때마다 내가 느꼈던 어떤 곤혹스러움을 이만큼 잘 위로해 준 노래는 없는 것 같다. 물론 어제, 오늘 생일을 맞은 그들에게는 정말 '태어나줘서 고맙다' 고 말하고 싶은 심정이지만... 그런 류의 인사는 나 아니라도 그들을 둘러싼 온 세상이 해댈테니 뭐.
이 노래가 처음 나왔을 즈음 한참 통신커뮤니티에 빠져있을 때, 누군가의 생일이 되면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마저도 게시판에 주르르 올리던 '추카추카' 떼인사에 어쩐지 질려버리는 느낌이었다. 물론 세상 어딘가에는, 털끝만큼의 인연이라도 닿아있다면 기꺼이 진심으로 누군가의 탄생 축하에 동참하고야 마는 영롱한 영혼의 소유자들이 있겠지만. 적어도 난 아니었다. 세상이 이유없이 불친절해야 한다고 믿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나는 '추카추카' 호들갑을 떨고 돌아서면 말끔히 잊어버리는 인사 같은 것마저 필요한 친절이라고 여기는 측은 아니다. 이따금 소란스러움이 정겨움이 되기도 하지만, 어떤 경우라도 의미없는(?) 헛소동은 여전히 질색...;;
'비둘기는 하늘의 쥐'라는 웃긴 제목을 달고 나온 그들의 첫 음반은, 타이틀곡 '푸훗'의 제목만큼이나 신선하다와 유치하다의 극단적인 반응 속에서 열광과 빈축을 함께 이끌어낸 소위 문제작이었다. 나 역시 처음 들었을 때는 이런 새된 목소리로도 노래를 하는구나, 싶었던 이석원의 보컬. 하지만 묘하게 정이 가는 아마추어리즘이었다. 그리고 한 장 한 장 디스코그라피를 추가할수록, 그들은 꽤 든든하게 여전히 작고 소소하며 빛나는 노래들을 들려준다.
그러고보니 언니네이발관도 이제 어엿하게(?) 십 년을 넘긴 밴드가 되었다. 뒷골목 전설처럼 전해져내려오는 사기성 농후한 결성 사연을 기억해보자면, 가히 기적에 가까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띄엄띄엄 군대도 다녀오고 가끔 멤버도 바뀌고 했지만, 무엇과도 별로 닮지 않은 상큼한 청승의 아우라를 풍기는 이석원의 노래는 네 장의 음반을 내는 동안 고맙게도 줄곧 건재하다. 그러고보면, 참으로 고마운 일.
스무 살 생일이 지난 지는 이미 오래지만... 나이가 들면서 뭐든 너무 힘이 들어가는 세상에서, 언니네처럼만 가오없이 솔직하게, 그렇게 지낼 수 있다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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