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시민으로서, cgv쿠폰 다수 보유자로서 보게 된 영화다. 완성도나 작품성에 대해 왈가왈부할 주제는 아니지만, 보게 된 이유가 매우 형식적이었음에도 아쉬움이 많이 느껴졌다. 잠자리에서 틈틈이 읽고 있는 [영화 언어]의 내용이 떠올랐는데, 그와 관련해 생각해보면 무척 게으르고 안이하게 연출된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부산포 진영과 각종 세트, 전투씬에 들어간 특수효과 등에 심혈을 기울인 건 느껴졌지만 서사의 전개와 주요 인물의 캐릭터 표현 등은 쉬운 선택으로 일관한 느낌이었다.
비중 있는 조연의 임팩트를 위한 것이었겠지만 준사 등장씬의 과도하게 극적인 상황이 당황스러웠고, 전투를 치르며 끊임없이 혼잣말을 시전하는 왜장을 연기한 변요한 배우가 참 힘들었겠다 싶었고, 실존했는지 알 수 없지만 김향기가 연기한 기생 캐릭터는 너무 전형적으로 소비되고 있어 민망했다. 서사에 입체성을 부여하는 캐릭터로 주요하게 활동하는 준사의 다이나믹이나 마지막에 죽음을 맞으면서 수십 년 전의 영화에서도 봤던 듯한 독백을 읊조리는 의병 이준혁 역시 보기에 민망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나마 정말 오랜만에 스크린에서 안성기 배우를 만난 건 반가웠다.
한 가지 진하게 남은 궁금증은 조선 수군 수뇌부의 작전 회의에 두어 번 등장하는 지도에 '통영'이라는 지명이 나오는 것이었다. '통영'은 한산도에 있던 삼도수군통제영을 1604년 당시 두룡포로 이전한 후 유래된 지명으로 알고 있는데, 영화의 배경인 1592년의 지도에 통영이 나오는 게 맞는 걸까? 역사적 사실에 근거한 영화니까 기본적인 팩트 체크는 당연히 했겠지 싶으면서도 의문이 들었고, 여전히 궁금하다.
텔레비전으로나마 [명량]을 봤으니 기대는 없었고 어릴 적 배웠지만 까맣게 잊은 임진왜란과 한산대첩에 대해 환기하게 된 건 나쁘지 않았지만, 스펙터클 이외의 매력이 전혀 없고 시대착오적인 감동 코드가 횡행하는 영화의 만듦새가 몹시 유감이었다. 역사적 사실을 기록하고 재해석하는 일은 필요하지만 국가 대 국가의 구도가 전제된다고 해서 꼭 이런 식이어야 할까 싶기도 했다. 소위 '국뽕'을 잔뜩 장전한 이런 영화가 꾸준히 만들어지고 각광받는 게 아연하다.
8/8 cgv거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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