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노트2012. 6. 13. 01:42

 

 

한 달 만에 과천에 다녀왔다. 일 때문이기는 했지만.. 목적했던 정투위원장님 인터뷰를 마치고 은미언니랑 뱃속에 있을 때만 알았던 시은이도 처음 만나고, 무엇보다 코오롱정투위 끝장농성 첫번째 투쟁문화제에 참석하는 영광을! 오후에 사무실에서 메일을 확인하고 머리가 엇찔. 잠시간 그야말로 멘붕이었는데, 역시 중요한 순간 냉정의 위엄을 발휘하는 못된 습성 덕분에 오히려 마음이 후련하고 편안해졌다. 하여 이제 d-13. 이 정도면 견딜만 하다. 사실 메일 내용을 보면 무지 어이가 없고 불과 일주일 전의 그 뜨악한 사과가 떠올라 더욱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마지막 말은 꼭 자기가 해야만 하고 자기가 만든 정당성으로라도 자위를 해야하는 캐릭터들을 알고 있으므로 더 이상 대꾸하고 싶지는 않다. 흡사 메시아 컴플렉스가 벽에 부딪히자 바로 희생자 코스프레를 시작하는 듯한 비루한 자기합리화, 언젠가 어디선가 누구에겐가 나는 그러한 일이 없었는지 뒷목이 섬뜩. 그래도 6월말로 정리 시기를 앞당길 수 있게 되어 다행이고, 조금은 숨통이 트이는 느낌이다. 결국 이렇게 낭패스럽게 정리를 하게 되어 속상하지만, 이 역시 내 선택이었으니 어쩔 수 없다. 감수하는 수밖에.

 

그래도 참 좋았던 것은 정투위원장님 인터뷰와 투쟁문화제. 내 마음을 다스리지 못해 이렇게 블로그에나 주절거리고 있는 주제지만, 혹은 주제이므로, 나는 내가 무지 편협하고 개인주의적인 인간이라는 걸 잘 알고 있고 뻔뻔하게도 인간의 '좋음'을 간직한 사람을 보면 내 모습을 돌아보며 닮고 싶다는 바람도 가져보고는 하는데... 짧은 인터뷰를 하면서도 몇 번이나 울컥하는 순간들이 있었다. 2차 희망텐트촌때 무대에서 발언하시는 걸 들으며 코오롱정투위를 처음 알았고 이후 희망발걸음, 희망광장 투쟁이 진행되면서 트윗 멘션을 보며 느꼈던 감동 같은 것. 사실 그런 말이나 그런 글이 아니라도, 사람은 표정 하나로도 꽤 많은 이야기를 하지만... 암튼 무지 감사했고, 우습게도 내 상한 마음도 살짝 치유가 되는 느낌이었고,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했다. 게다가 문화제의 피날레는 박준 아저씨, "흘러"를 함께 부르는데... 주접스럽게도 눈물이 다 나더라. 어렵게들 투쟁하시는 데 이렇게 마음놀이에 써먹어서 무지 죄송하기는 하다만... 일단은 내가 살아야겠으므로, 화요일 저녁마다 과천으로 갈 것 같은 느낌. 아무려나, 오늘은 그런 날이었다. 후련하고 또 감동적인. 열세번이다, 까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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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나어릴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