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노트2012. 6. 4. 02:34

 

 

유월의 시작과 함께 이틀 연속 대학로행, 표순이가 주목적이기는 했지만 하루는 공연을 보고 또 하루는 그 공연하는 극장의 카페테라스에 앉아 오랜만에 만난 언니들이랑 대학로 밤바람 맞으며 수다를 떨었다. 공연이 진행되는 도중 자기 씬이 아닐 때 담배 한 대 혹은 이동을 위해 로비를 드나드는 배우들의 모습, 별 건 아니지만 정말 한-참만에 목격하는 거라 새롭기도 하고 괜히 반갑기도 했다. 일상일 때는 무시로 지나치던 풍경들도 시간이 지나면 아련하고 그리운 기억이 된다. 한 번씩 갈 때마다 무섭도록 옛 모습이 지워지는 내 추억의 동네여서 더 그런지도 모르겠다.

 


유월이 시작된 것만으로도 한해의 절반이 지나간 느낌이다, 사실 좀 좋고 시간이 빨리 뛰어갔으면 좋겠다. 진득한 편은 못 되지만 알량한 책임감으로 누르고 누르면 그런대로 유지가 됐던 중요한 한 가지를 내려놓기로 결정, 줄줄 녹아내려 숨막히게 늘어지는 순간들을 나는 더 이상 감당할 수가 없다. 이성으로 설명되고 합리로 해결되는 문제라면 좋겠지만 언제나 내게 주효한 건 감정과 감각, 돌이킬 수 없는 명확한 선은 말이 아니라 몸과 마음의 신호다. 해서 유월의 첫 날, 이야기를 했고 내 결정에는 흔들림이 없을 것이다. 생각해보면 의외로 타인들의 시선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라는 걸 확인하기도 했지만... 누가 어떻게 판단하든 상관이 없다는 데에까지 생각이 미치는 걸 보면, 결국 더 이상 버티는 건 의미가 없다는 것. 주말, 장문의 편지를 받기는 했지만 별다른 생각이 들지 않는다. 오히려, 말하고 싶지 않다는 분명한 의사 표현에도 불구하고 자꾸만 말하라는 종용을 받는다는 게 난처하고 불쾌할 뿐. 이제 딱 두 달이다. 두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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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나어릴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