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새벽부터 참 신기한 날이었다. 언젠가 ㅇㄹ샘이 했던 말이 생각났다. 위치가 그렇더라도 그럴수록 가볍게 얘기하고 외로움을 달랠 친구가 필요하지 않겠냐던. 별스런 이야기는 없었지만 그런 통화를 하게 되리라고는 사실 생각도 하지 못했지. 말버릇인지 단지 누군가와 무겁지 않은 통화를 하고 싶은데 딱히 할 말이 없어 자세히 물었던 건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거나 다소 신기한 경험. 이야기를 이어가면서, 나만큼은 아니겠지만 관심이 없지는 않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석 달 남짓 전 마주했을 때도 느꼈던 약간의 공통점이, 얘기를 나눌수록 조금씩 많아지는 느낌이 들기도 했고. 물론 찍어놓고 환상을 더하고 바람을 덧대고 하는 내 습관이 투영된 것일 수도 있지만. 터놓고 얘기를 한다면 달라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 적어도 8월말까지는 정신없을 그가 언제 영등포에 올 일이 있을 것이며 온다 한들 내게 연락을 할 생각이 들까 싶기도 하지만... 그리고 주말에 마주친다 한들 사심이 없지 않은 내가 얼마나 편하게 그와 인사 나누고 얘기할 수 있을까 싶기도 하지만... 아무려나, 기억해두고 싶은 시간이다. 부디, 다치지 말고 아프지 말고. 잘 싸우길.
그리고 오후에는, 목요일부터 시작될 새로운 공부를 위해 용산에 갔다. 노동대학 다니듯 일상의 낙으로 삼으려는 가벼운 마음이기도 했지만 이주연구모임처럼 스르르 날아가지는 않는 공부였으면 하는 바람도 없지 않고, 한편으로는 미결(내게만 그런지, 그들도 아직 염두하는지 알 수 없지만)인 문제가 내가 원하는 대로 풀려서 중간에 그만 두게 된다 하더라도 어쩔 수 없다는 생각도 함께. 실은 어쩔 수 없는 게 아니라, 그렇게 풀려서 내려가고 싶다는 생각을 여전히 하고 있다. 새벽에 통화하면서 사실 자세히 묻는 그에게 어디라고 말하고 대답(사적으로만이 아니라 현장에 있는 사람으로서의 견해)을 듣고 싶은 마음도 있기는 했는데... 역시 솔직함을 가로막는 건 사심이더라. 암튼, 오늘은 비록(?) 공동투쟁이 있는 날이고 무려 콜트콜텍 집중이기는 하지만. 혼자 나가는 것은 너무나 뻘쭘하니 집에서 예습이나 좀 해야지 싶다. 자고 있겠구나, 굿나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