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걷던 한 소년은 물었지
"엄마 저건 꼭 토끼같아" 라고
심드렁한 엄마는 대답했지
"얘야 저건 썩은 고양이 시체일 뿐이란다"
오! 뒤틀린 발목 너덜너덜해진 날개를
푸드덕거려도 보지만
날 수 없는 작은 새 한 마리를
누가 쳐다나보겠어?
길을 떠나던 한 소녀는 물었지
"아빠 저건 꼭 토끼같아" 라고
무표정한 아빠는 대답했지
"얘야 저건 썩은 고양이 시체일뿐이란다"
오! 뒤틀린 발목 너덜너덜해진 날개를
푸드덕거려도 보지만
날 수 없는 작은 새 한 마리를
누가 쳐다나보겠어?
작사,곡 김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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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의 수줍고 여린 목소리에 실린, 섬뜩하도록 냉소적인 가사를 곱씹다가 내 귀를 의심했던 적이 있었다. 절대 구질구질하지 않게, 짝사랑의 이야기도 배신의 이야기도 나긋하고 쿨하게 노래할 줄 아는, 델리 스파이스식 촌철살인이라고 생각했었다. 이를테면 엽기도 동화처럼. 델리의 음악치고 꽤 장중한 연주다 싶은데, 듣다보면 귀에 쏙 들어오는 인트로와 메인 멜로디에 어린 시절 '얼레리 꼴레리'가 연상되기도 했다. 그러나 때로 동심의 통찰은 얼마나 정확하며, 예민한 감수성의 직관은 얼마나 날카로운지. 즈음 세상 돌아가는 소식을 보며 이 노래를 자주 떠올렸다. 발목이 뒤틀리고 날개가 너덜너덜해져도 살아보겠다고 아직 살아있다고 푸드덕거리는 힘없고 약한 모든 것들이 그저 세계를 구성하는 배경으로 붙박혀버린 건 아닐까. 노래가 담긴 음반의 제목은, '슬프지만 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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