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일기2023. 12. 28. 02:02



한 달 전쯤 엄마 부탁으로 네이버스토어에서 판매 중인 약을 구매하면서 네이버멤버십플러스에 가입했다. 네이버에서 뭘 살 때마다 뜨는 각종 혜택에 혹해서 지난 여름 가입했다가 해지한 이후 두 번째. 여름 한 달간 오랫동안 제목만 익숙했던 [나의 아저씨]를 보았다. 특별히 엄청 좋아한 적은 없지만 그가 출연했던 인기 많은 드라마들을 젊은 날의 나도 봤었다. 봄에는 유튜브에 올라오는 [아주 사적인 동남아]를 보면서 같은 시절을 지나고 함께 나이 들어가는 대략 동년배 배우의 매력과 친밀감이 새삼 느껴져 그의 이름을 검색해 이런저런 지난 영상들을 찾아 봤었다. 미디어를 통해 재현되는 연예인의 이미지를 그 사람 자체라고 믿을 수만은 없겠지만 옛 영상들 속의 그는 솔직한 성격에 시원한 웃음이 청량감을 주는 사람이었다. 다시 한 달간 티빙을 보는 동안에는 그의 이름이 포털에 자주 눈에 띄었다. 존재를 몰랐던 통영에서 촬영한 드라마 [검사내전]을 보았고 [시베리아 선발대]를 보았다. 멤버십 유효기간 마지막 날이었던 그저께 저녁에는 [나의 아저씨] 코멘터리라는 한 시간가량의 영상을 보았다. 불운과 불행이 공격하듯 몰아치는 삶의 한가운데 있는 지안에게, 박동훈 부장은 건물의 내력과 외력에 대해 이야기하며 사람도 그렇다고, 어떤 상황에서도 외력보다 내력이 탄탄하면 버틸 수 있다고 말했다. 지옥의 시간을 보내고 있을 그가 자신이 연기했던 박동훈 부장의 대사들을 떠올리면 좋겠다고, 주변의 누군가가 박동훈 부장이 지안에게 했던 말들을 그에게 돌려주면 좋겠다고, 그 장면들을 보며 생각했다. 그리고 어제 그의 소식을 들었다. 박동훈 부장의 말이 틀렸다. 한 사람의 내력에는 한계가 있다. 온 세상의 눈들과 근거 없는 비난과 무수한 억측을 홀로 감내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Rest In Pe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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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나어릴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