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랑 김산에서 월남 김상사까지'로 정리된 2권은 근현대사에 집중적인 할애를 하고 있다. 학창시절로부터 이미 10년 이상이 흐른 뒤라 중,고등학교의 역사 시간 풍경은 별로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의 제도 역사 교육은 현재에 근접할수록 희미해지고 조용해진다는 사실이다. 사관의 문제를 떠나더라도 우리는 초중등 교육을 통해 고조선으로부터 삼국을 거쳐 통일신라, 고려, 조선에 이르는 근현대사 이전 역사의 아웃라인은 대략 기억하며 살아간다. 게다가 끊임없이 반복되는 텔레비전 사극을 통해 특정 시대 특정 사건들에 대해서는 가히 분석적인 견해를 가지는 것이 가능할 만큼의 정보를 공급받기도 한다. 하지만 교과서는 대략 한국전쟁과 대한민국 수립 이후로부터 그 선명성(?)을 잃고 만다.
이 책에서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는 근현대사 부분은 물론 일반인과는 비교할 수 없는 정보를 가진 전공자의 입장에서 저술되었다는 점과 80년대 학생운동에 몸담은 경력과 항일무장투쟁을 전공으로 한 학문적 이력, 또 연재된 매체의 이념적(?) 성향 등으로 인해 상당부분 가려지고 묻혀져온 역사의 진실을 새로이 밝히고 주의를 환기하는 데에 주력하고 있다. 하여, 제대로 된 근현대사 책 한 권 읽지 않은 이들에게는 너무나 새로운 이야기일 수도 있고 때로는 미심쩍은 거부감을 동반할 여지도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어떤 역사이건 이미 지나간 일, 그 역사를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것은 독자인 개인의 몫으로 남는다는 점을 생각하면, 저자가 꿋꿋하게 제기하는 민간인 학살 문제와 박정희 정권의 문제 등은 오늘 날까지도 심심찮게 신문 지면을 장식하는 여러가지 문제들과 결부지어 그 의미를 곱씹어볼 수 있을 것이다.
책이 처음 발간된 지는 어언 2년이 되어가고, 주간지 연재 시기를 따지자면 그보다도 훌쩍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글을 읽다보면 지금까지도 전혀 해결이 되지 않았거나 잠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가 월드컵에 탄핵에 총선에 가려 다시 가라앉아버린 듯한 많은 문제들이 보인다. 필독서로 여러 곳에서 추천을 받고 있는 이 책은, 현대로 와서 뚝 끊어진 역사의 맥을 잇기에는 제도 교육의 관점과 상당한 거리를 두고 있지만, 평화를 사랑하여 수천 번의 외침을 흰 옷 하나로 버텨낸 우아한 선조를 둔 우리의 오늘은 도대체 왜 이리 평화롭지 못한가를 고민해 본 일이 있는 사람이라면 꼭 한 번 읽고 넘어가야할 입문서가 아닌가 싶다. 저자는 역사와 더불어 지금 우리의 문제를 간절히 이야기하고 있다.
2005-03-13 17:22, 알라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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