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길 '오래된 정원'을 봤다. 오랜 감옥 생활을 마치고 세상에 나온 오현우가, 부모의 지인을 가장해 낯 모르는 딸과 나누는 전화 통화에서 딸이 묻는다. 아빠는 행복했냐고. '혼자만 행복하면 나쁜 놈이 되는 시절'이었다고 그는 에둘러 대답한다. 광주, 건대항쟁, 구로동맹파업... 영화는 그런 시절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시절의 공기와 무관하게 살아간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의식하지 않을 뿐 호흡하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다. 아프고 피눈물 나는 시대에 정면승부하지 않더라도, 유전자만큼이나 깊이 시대의 대기는 삶에 개입한다.
6,70년대적 낭만에 번지없는 향수를 느낄 때마다 74년생 나의 시절이 안타까웠지만, 언젠가부터 나는 아날로그의 끝자락이나마 붙들고 살았던 세대였다는 게 다행스럽다. 존재가 하나이듯 삶을 실어 흐르는 시절도 어쩌면 하나, 이렇게나 노골적으로 모든 것이 '소비'로만 치닫는 세상이 가끔 무섭다. 살아남은 자의 슬픔이 결국 감내한 자의 웃음으로 피어오르기도 하지만, 벗어날 길도 없이 너무 멀리 실려왔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혼자만 행복하면 나쁜 놈이 되는 시절, 막막하고 절망적이지만... 가끔은 이제 누구도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을까 싶어 무섭다.
2007-01-05 21:46, 알라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