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봤을 때의 감상은
“생각하기에 따라 느낌이 달라지는 영화. 스토리가 의외로 헐렁했고 기대했던 노래들은 별로 다채롭지 않았고 김고은의 존재감과 영감은 관계자 한정이라는 느낌이.. 대체로 차분한 톤과 우연과 필연을 잇는 어떤 순간들은 괜찮았고, 정해인의 연기는 자연스럽더라.”
는 것이었는데, 문화가 있는 날 할인으로 관객 꽉 찬 극장이어서 그랬던 걸까? 아님 두 번째 관람이다 보니 줄거리를 알고 있는 상태여서 디테일에 집중할 수 있어서 그랬던 걸까? 영화가 사뭇 다르게 느껴졌다. 관객 별로 없이 비교적 앞쪽에서 몰입하며 봐서 그런 것 같기도.
오전 9시 “유열의 음악앨범”의 첫 방송이 시작되는 순간이 세상에 무엇 하나라도 바뀌기를 바랐던 ‘기적’의 순간으로 각인된 현우. 그 의미를 모른 채 순간을 공유하고, 1994년 10월 1일을 오래 마음속에 품은 미수. 1994년부터 2005년까지 10여 년에 걸친 우연과 필연이 겹치며 만들어내는 둘의 애틋한 감정들, 그때는 있었지만 이제는 사라진 것들 혹은 잊어버린 것들에 대한 담담하지만 예리한 통찰, 삶이라는 외로운 고군분투를 버티게 해주는 어떤 호의와 신뢰의 관계들, 그 시절의 ‘새로운’ 사회문화적 현상과 풍경들까지 적절히 배치된 제법 탄탄한 이야기들처럼 느껴졌다.
시작부터 첫 번째와는 다른 밀도를 느낌 덕에 호의 어린 시선으로 봐선지 뭔가 어색하게 느껴졌던 김고은의 텐션 높은 연기도 나쁘지 않았고 자연스러운 연기들은 무척이나 근사하게 느껴졌고, 정해인의 목소리 톤과 딕션은 외모 못지 않게 엄청난 매력이라는 생각이 다시 한 번.
헐렁하다고 생각했던 영화가 이렇게 새롭게 다가온 건 또 처음이라... 있는 얘기였겠지만, 화창하기만 하면 사막이 된다는 디제이의 멘트도 인상적이었고 등장 자체만으로도 반가웠던 남문철 배우의 포장이사 이야기도, 음.. 벌써 잊은 몇몇 대사들도 기억하고 싶어서 영화를 보면서도 대본집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첫 번째랑 같은 아쉬움은 역시나 그다지 다채롭지 않았던 노래들. 신해철이나 언니네이발관 정도가 나왔다면 정말 많이 반가웠을 것 같다. 그리고 “후아유”가 떠오른, 직전의 분위기를 급반전시키는 화사하고 벅찬 엔딩이 역시 좋았는데, 그 순간을 이어 “비포 선라이즈” 시리즈처럽 이후의 이야기들이 영화로 만들어지면 어떨까 싶었다. 암튼, 다시 보길 참 잘한 영화. 멋진 dvd박스세트를 기대한다.
9/3, cgv영등포5정해인관 E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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