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걸음걸이2019. 9. 9. 16:15

 

아마도 영국의 주변부 지역인 듯한 화이트섬에 사는 폴란드 출신의 열일곱 살 바이올렛 발렌스키는 노래하는 걸 좋아하고 재능이 있지만, 아빠가 떠난 뒤 남겨진 집에서 무표정한 엄마와 가축들과 함께, 그러나 무기력하고 심드렁하게 누구에게도 마음 열지 않음 채 학교에 가고 일을 하고 때로 동네 바에서 노래를 부르며 살아간다. 물론 동네 바에서 나이를 속이고 가끔 노래하지만, 그보다 훨씬 뜨거운 열망은 ‘주님의 뜻’만을 믿는 보수적인 엄마의 뜻을 의식해 가슴속에 묻어둔 채로다. 
어느 날 바에서 바이올렛의 노래를 듣고 칭찬한 오페라 가수 출신의 블라드를 알게 되고, 즈음 마침 영국 최고의 오디션 프로그램 “틴 스피릿”의 지역 예선 오디션으로 동네와 주변 친구들이 들썩거린다. 노래를 하고 싶으면 성가대를 하면 된다는 엄마가 걸리지만 갈등 끝에 오디션에 응해 지역 대표가 된 바이올렛, 다음은 보호자와 함께여야 한다는 주최측 지침에 블라드에게 도움을 청한다.
사랑을 믿지 않는 열일곱 소녀 바이올렛은, 어릴 적 엄마의 외도를 목격하고 이어 아빠가 떠나버린 상처를 자연 속에서 동물들을 돌보고 홀로 노래하며 달래왔었고 마침내 세상에 나가기로 결심한 것. 아주 미덥지 만은 않은 블라드의 도움으로 엄마를 설득하고 다음 오디션을 통과한 뒤, 평소 호감을 보이던 밴드 활동을 하는 학교 친구들과 함께 오디션 결선을 위해 런던으로 떠난다.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을 열심히 본 적은 없지만 한국에선 워낙 창궐하는 터여선지, 영국 오디션 프로그램의 무대 연출은 사실 좀 촌스럽게 보이는 게 사실이었다. 2000년대 초반쯤이 배경인가도 생각했는데 아이팟이며 인스타라는 얘기가 나오는 걸 보면 그냥 동시대의 이야기인 듯 해서 좀 놀라웠고. 결선 무대의 텐션과 연출에 비해 노래 자체의 흡인력이나 몰입감이 많이 떨어져서, 미안하지만 약간은 실소를 금치 못했다.
각자의 아픔과 사연을 가진 주인공들이 만나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꿈을 이루고 또 상처를 치유해가는, 뻔하지만 계속 민들어질 수밖에 없는 고만고만한 영화.

9/5, cgv구로2 J10

 

'빛의걸음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예스터데이]  (0) 2019.10.02
[뷰티풀 보이]  (0) 2019.10.02
[유열의 음악앨범]  (0) 2019.09.09
[유열의 음악앨범]  (0) 2019.09.09
[길버트 그레이프]  (0) 2019.09.09
Posted by 나어릴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