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전히 별 필요도 없는 알라딘 사은품 가격을 맞추느라 둘러보다가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게스트하우스 주인이라는 게 궁금했고, 그러면서도 책이나 저자 소개가 유난스럽지 않아서 거부감이 없기도 했고.
'제주 동쪽의 어느 시골마을, 까칠한 도시인에서 게스트하우스 주인으로 살아가기'라는 부제에 걸맞는, 창업기 아닌 부담 없는 에세이.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일을 일종의 꿈으로 삼고 있는 저자 개인이 상당히 많이 드러나는 책이었다.
나랑 비슷하다고 느껴지는 예민함과 소심한과 마이너리티, 때론 과도하게 느껴지는 감상성도 있었지만 크게 잘난 것 없이 아둥바둥 10년의 직장생활을 버티며 체득한 경쟁사회의 부조리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에 공감 되는 지점이 많았다.
언젠가 나중에, 에서 5년 후, 정도로 여전히 막연하지만 약간의 구체성을 띄게 된 나의 탈도시 게스트하우스 로망을 염두에 두고 읽다 보니 자극도 되고 부럽기도 하고. 겪어보지 않았으니 아는 체 할 수 없지만... 지금의 나처럼 홀로가 아니라 설득하고 애원하다시피 하더라도 함께 할 누군가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고.
프로작가가 아니다 보니 딱히 감동적이거나 강렬한 인상을 주는 건 없었고 그냥 블로그 글 모아놓은 듯 적당한 감상과 정보 들이었지만, 그래도 소소하고 진솔한 이야기들이어서 괜찮았다. 다음에 다시 제주여행을 간다면 이들이 운영하는 '마리의 당근밭'에서도 꼭 하루 묵어봐야 겠다.
손명주
큰나무, 2015.6.12 초판1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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