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마가따 트윅스터, 그를 처음 인지한 게 정확히 언제였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름은 들었었지만 성미산투쟁을 다룬 다큐에서 정작 처음 봤었는지도 모르겠고, 장애투쟁이나 그 전의 어디에선가도 분명 무심결에 재미있네~ 하고 지나쳤던 것 같기는 하다. 매우 강렬하게 각인된 처음은, 대한문 화단과 횡단보도를 넘나들었던 콜트콜텍 유랑문화제가 아니었나 싶다. "돈만 아는 저질"과 "나쁘잖아" 유튜브 영상 그리고 대한문, 밀양, 코오롱스포츠 청담점 앞에서의 퍼포먼스 등을 보면서 점차, 요란한 전자음악과 유치찬란한 퍼포먼스로 외화되는 것 이상의 근본적인 열망과 내공 같은 걸 느끼고 믿음이 생기고 또 궁금해졌던 것 같다.
이미 4년도 더 전에 이런 책이 세상에 나왔다는 걸 알고, 우선은 반가웠다. 물론 나의 이런 각별한 척 하는 관심이 얼마나 얕고도 흔한 휘발성 몰입인지는 알고 있고. 책을 읽고 나서는 그렇게나 활발하게 활동해왔음에도 투쟁 현장에서의 조우가 아니었다면 여전히 모를 존재였으니, 실은 어떠한 운명적 관련도 주장할 수 없는 무연한 인물임을 인정하게 되었다고나 할까.
여튼, 그는 대구 출신의 동년배이며 한진석이자 한받. 아마추어증폭기이자 야마가따트윅스터이자 출판사에서 일하는 아내의 노동을 걱정하는 눈의피로이며… 얼마전 ‘이상한 문화제’에서 목격한 바, 세살쯤 되어 보이는 아이의 아버지다. 그리고 그만큼의 소속감과 책임감은 없지만… 생각하면 한도 없이 답답하고 한숨이 나오는 '민중운동'판의 후퇴와 허위와 추락 등을 생각할 때, 그가 지향하는 '민중엔터테이너'로서 가장 기대할 만하게 진정성 있는 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신뢰가 가는 한 사람의 활동가-자립음악가가 아닐까 생각한다.
어렸을 적이라면 콜렉터를 자처하거나 각별한 인연을 갈구할 만한 매력적인 존재라는 점을 인정하겠지만 더불어, 더 이상 관심의 집중과 열광의 목록을 추가하는 것조차 부담스러운 지금의 무기력한 나를 확인하는 계기이기도 한 독서. 그렇다. 재미있게 읽었고 그러나 수없이 나열된 그의 노래들을 과연 내가 찾아듣기라도 할까? 노래고 영화고 사람이고 어설프게 열광하고 탐닉했던 나의 과거와, 모든 게 귀찮고 다만 추억과 허영에 여전히 머무르며 게으른 나의 현재를 동시에 비춰준 독서였다. 그러나, 아무려나, 온전한 이해는 언감생심임에도 마음 한편으로 응원하고픈 또 한 사람을 알게 되었다.
한받
텍스트, 2010.3.22 1판1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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