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긋한 쉼으로 8월이 시작되었다. 지인 방문과 출근으로 휴일이 없었던 지난주에 대한 보상심리가 발동해 어제는 종일 늘어져 있었다. 백현진님 인스타에서 어제가 방준석님 생일이었다는 걸 알았고, 언젠가 자비에돌란 인스타에서 리버피닉스 생일글을 봤을 때처럼 기일보다 생일을 기억하는 게 더 정답다고 느꼈다(한국인에게는 자연스레 붙이는 '님'을 외국인에게는 자연스레 안 붙이게 된다, 붙이려니 영 어색하고. 뭘까.).
지난주 월요일 메일함에 도착한 "비와 당신 그리고 방준석"이라는 제목의 제천국제음악영화제 뉴스레터를 보고 백현진님이 함께하는 추모공연을 예약했다. 통영에서 제천은 승용차가 아니면 대구나 대전, 부산 혹은 서울을 거쳐 대중교통으로 이동해야 하는 길이어서 잠시 갈등했지만 소시적 '유앤미블루'부터 이따금 '어어부', 몇 편의 영화와 '방백'까지 짧지 않은 기간 그의 음악을 좋아했고 이른 죽음이 많이 슬펐던 자로서 마음의 인사를 전하고 싶었다. 오랫동안 뉴스레터로만 궁금증을 달랬던 Jimff에 방준석님 덕분에 처음 가보게 되는 셈인데, 추모공연이 아니라 '방백'의 공연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부질없는 생각이 든다. 당일치기는 불가능한 여정이라 급하게 시간표를 살펴보고 뒷시간 중단편 프로그램 하나를 예매했는데 그냥 추모공연의 여운을 간직하는 게 나을까 싶기도 하고, 잘 모르겠다.
제천은 제천이지만 8월의 부산영화여행도 빠뜨릴 수 없어서 고민하다가 대구 사촌네서 하루 자기로 하고 통영에서 출발해 대구, 제천, 부산에서 각 1박하고 통영으로 돌아오는 아름답고 지난한 일정을 완성했다. 내친 김에 버스도 미리 예매하고 지도앱 열심히 보며 저렴하고 적당한 숙소 예약도 마쳤는데, 제천은 영화제의 영향인지 부산행 버스 자리도 예약 가능한 숙소도 얼마 안 남은 상태여서 나름 서두른 스스로가 뿌듯해졌다. 추모공연과 영화 보고 자는 시간을 빼면 터미널과 극장과 숙소 사이의 도보 이동 정도가 제천 여행이 되겠지만, 통영에 사는 동안 다시 엄두를 낼 수 없는 길이니 기쁘게 다녀올 생각이다. 낮은 텐션의 일상과 노화로 3박 4일의 장거리 이동을 체력이 잘 버텨줄지 약간 걱정인데, 좋아하는 마음이 동력이 되어주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