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작가인 저자가 2002년 아내와 함께 한 동유럽을 1부로, 1992년 홀로 여행한 동유럽을 2부로 기록한 책이다. 체코, 슬로바키아, 헝가리, 루마니아, 불가리아, 오스트리아. 이 중 일부는 2000년 가을 나도 여행했던 터라 15년 가까이 지난 기억이지만 때로 반갑고, 언제 다시 가볼 수 있을까 싶은 마음이 들었다.
여행산문집이 마구 쏟아져나오기 전, 좀은 촌스럽고 소박한 개인적 감회를 담은 기록인데 여행자로서 함부로 나라와 사람들을 재단하지 않고 너무 많은 걸 전달하려 애쓰지 않아 부담없이 읽혔다. 때로는 고독하고 외로운 여행의 민낯을 마주하고 때로는 일상을 떠난 황홀경을 선사하는 여행의 황홀에 매료되며 그 과정 자체를 자연스러운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태도, 그러면서도 그때그때 현지/인과의 상호작용에서 느끼는 감정들에 솔직한 여행기였다.
2-3년 후쯤으로 막연히 생각하면서도 혼자는 사실 좀 엄두가 나지 않기도 하고 과연 이전처럼 나름 꼼꼼히 준비해 떠알 수 있을까 자신이 없기도 하지만... 그래도 언젠가 너무 늦지 않게 다시 유럽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 그때는 혼자가 아니라 둘이었으면 하는 바람. 당장 떠날 수 없을 때 누군가의 기록 속에서 아련해지는 나의 추억을 되새기고 기억을 들춰보는 것도 괜찮은 일이다. 이따금 여행기를 읽어야겠다.
이지상
북하우스, 2004.5.20.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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