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같은바람2012. 1. 16. 23:02

2012년의 첫 책.

2009년 어느 겨울 아침, 출근을 준비하며 틀어놓은 ytn에서 파업뉴스를 듣고 아는 바도 없이 가슴이 마구 뛰었더랬다. 이따금 소식이 들려오면 울산으로 마음의 응원을 보내던 차, 12월초 보신각에서 매일 저녁 문화제가 시작되었다. 자본이 만든 착취의 사슬을 끊어내려는 '영웅적인' 투쟁의 주인공들은, 한 마디 결의 발언도 수줍고 어색한 경상도 사나이들이었다. 이르게 닥친 한파에 자리를 지키는 사람들의 숫자는 적었지만, 지지난 겨울의 보신각은 따뜻하고 아련한 기억으로 남아있다(사실 난 이런 게 젤 문제ㅠㅜ). 그리고 즈음 학기를 마치며 이주연구모임에서는 세미나의 이월회비를 투쟁기금으로, 아주 작지만 즐거운 연대로 마무리를 지었다.

그후엔 사실 잊고 있었고 지난 여름 희망버스 이후 투쟁사업장 소식에 좀은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그들의 투쟁은 여전히 일상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걸 알았다. 이어졌다기보다, 비정규직이라는 현실이 지속되는 한 계속될 수밖에 없는 투쟁이라는 게 맞겠다.

공장도 모르고 노동도 모르고, 노조와 파업은 더더욱 모르는 내게, 참으로 고마운 책이었다. 25일간의 핍진하고 급박한 투쟁 기록 속에 녹아든 노동현장의 현주소를 아주 조금은 알 것도 같았다. 87년 노동자대투쟁이나 이후의 굵직하고 멋진 투쟁담은, 외환위기와 소위 '잃어버린 10년'을 거치며 그야말로 옛날 좋았던 때의 이야기가 되어버린 것 같다. 비정규직 철폐 투쟁가를 그렇게나 많이 불러왔으나, 비정규직의 이야기를 적잖이 들어왔다고 생각했으나, 내가 알지 못했고 어쩌면 영원히 알 수 없을 것들. 한편, 또 하나의 투쟁은 늘 새로운 사람들의 새로운 이야기일 수밖에 없다는, 그래서 하나 하나의 투쟁이 늘 그렇게 눈물겨울 수밖에 없는 당연한 사실. 

책장을 덮은 후, 통합진보당 예비후보로 거론되는 투쟁 당시 현차 지부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들을 들었다. 양재동 현대기아차 본사 앞 차가운 보도에 노숙농성장을 꾸린 현대차 3지회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정리해고사업장 공동투쟁단의 상경투쟁이 진행되었다. 그리고 현장 통제에 항의하며 분신한 현대차 정규직 노동자가 끝내 운명했다는 안타까운 소식도 전해들었다.

싸움은 계속된다, 반복되지만 늘 새로운 싸움. 경험과 반성을 먹고 점점 더 성장하며 단단해지는 싸움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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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나어릴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