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일기2021. 1. 24. 23:48

 

이런 제목까지 붙이게 될지 몰랐으나... 간만에 도남관광지 쪽으로 산책을 나갔다. 은연 중 기대했던 트럼펫은 만날 수 없었지만, 이전에도 산책하며 보았던 요트에 새겨진 글자가 (문제 많고 되는 게 없는 시기라서 그런지) 오늘은 유독 눈에 들어왔다. '하쿠나 마타타'라는 이름을 단 가게들도 적잖이 보았고, 봉평동 근처에서도 카페를 본 것 같은데... 어떤 날은 활자를 마주치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좀 환해질 때가 있다.

 

요트정박지 해안로를 따라걷다가 배 위에 사뿐히 내려앉는 왜가리를 보았고, 역시나 혼자이길래 한참을 지켜봤다. 짐 위에서 조금 걷기도 하고 잠시 날개를 펴기도 하고 다른 방향을 쳐다보기도 하다가 날아간 뒤에, 내 갈 길을 가다가 요트를 마주쳤다. 잔뜩 흐린 하늘이 배경이어선지 오늘은 반가웠네.

 

산책은 한산대첩길을 따라 수륙해수욕장까지 갔다가 되돌아 통영국제음악당 데크계단으로 이어졌다. 수륙해수욕장 가는 길 스폰지밥이 그려진 벽화 옆에는 작은 현수막 하나가 붙어 있었는데, 집에 사시는 분들이 6년째 이 곳에서 길고양이 밥을 주고 있다며 시민과 관광객 들의 양해를 구하면서 불편이 발생하거나 설명이 필요하면 꼭 연락을 달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꼭 읽어주세요!"라는 큰 제목이 붙어 있기에 뭔가 싶어 읽고서 길을 걷다가 두 마리의 길고양이를 보았는데, 괜히 여유로워 보였다.

 

지금도 좋아하지만, 잎 다 떨어지고 앙상하게 가지만 남은 겨울나무를 심히 좋아했었다. 겨울에 기차나 고속버스를 탈 때면 홀린 듯 차창에서 눈을 떼지 못할 때가 많았다. 오래 살다 보니 익숙해지기도 해서 예전만큼 마음이 저미거나 하진 않는데, 오늘 산책길의 나무들은 이상하게 내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제는 어릴 때와 달리 초록도 무성한 잎도, 겨울나무만큼은 아니지만 좋아하게 되었는데, 그래선지 이 아이들이 다른 계절에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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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나어릴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