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카가 지나간 자리에 참새들이 앉아 있었다. 육안으로는 분명히 구분되었지만 사진을 찍으니 잘 안 보였는데, 그래도 뭔가 귀엽다. 양떼구름인지 깃털구름인지 둘 다 아닌지 모르겠지만, 오늘 구름이 멋있었는데 역시 사진으로는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휴대폰으로 아무렇게나 찍는 사진이기도 하지만. 통영대교를 바라보며 운하해안로를 걷는 시간이 마침 일몰 즈음이었는데, 다리 아래로 불타는 노을빛이 장관이었다.
어제오늘 [티보가의 사람들] 이후 새로운 책을 읽었다. 기록에 대한 강박과 집착은 언제나 현재진행형이므로 책을 다 읽고 블로그에 끄적이기 시작했는데, 영화든 책이든 일단 줄거리를 정리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습관 때문에 애를 먹고 있다. 옛날 사람이라서도 그렇고, 편집증적인 성격도 물론이고, 나이를 먹으면서 기억력이 급속히 감퇴했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짧아도 250쪽 이상인 책과 평균 100분 내외의 영화에는 참 많은 이야기들이 담겨 있고 줄거리는 내용의 뼈대에 불과할 뿐인데도, 나는 일단 줄거리를 정리하며 헷갈리는 디테일들 사이에서 (불필요한) 갈등을 자초하고 그러다 지쳐서 '비공개저장'을 눌러 놓는 일이 너무 많다.
누가 기록하라고 하는 것도 아니고 부러 와서 보는 사람도 없지만 이렇게 집착하는 건,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정말 '봤다'는 기억밖에 남지 않는다는 걸 너무 많이 경험했기 때문이다. 좋아했던 영화나 책을 다시 보는 드문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때 남긴 글을 통해 감정을 반추하고 잊었던 기억을 떠올리게 된다. 별 생산적인 활동을 하지 않는 일상이라선지, 그런 흔적이라도 없으면 대체 뭘하며 이 나이를 먹었나 싶은 기분이 자주 들지도 모른다. 암튼 오늘 읽은 책도 길고 긴 줄거리 정리를 좀 전에 마쳤고, 소설을 읽으며 떠올랐던 생각들을 정리하기엔 이미 지쳐서 '비공개저장'을 눌러버렸다. 살면서 효율적인 편이었던 적은 없었지만, 가끔은 이게 뭔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