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같은바람2003. 1. 1. 00:15


'물 좀 주소'나 '행복의 나라로'의 난장 벌이듯 거칠고 진진한 목소리. 경상도 사투리 억양이 잔뜩 묻어나는 어눌하고 소란스러운 말투. 자칫 그로테스크해 보이는 갈기 머리와 묘하게 일그러진 표정. 내게 한대수는 몇 곡의 노래와 이름 석 자만이 기억 속에 선연히 살아있는 뚜렷하지만 이미 화석화 되어버린 뮤지션일 뿐이었다. 적어도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말이다.편견이지만 전문 필자가 아닌 이들이 이름을 걸고 내는 책들을 별로 신뢰하지 않는 터라 원전인 <물 좀 주소, 목 마르요>는 잠시 망설이는 사이 기억 저 편으로 사라져 버렸었다.

꽤 꼼꼼하게 연대기순으로 기록된 그의 인생에는, 과연 그가 풍겨내는 분위기만큼이나 평범치 않은 과거와 비일상적인 체험들이 가득하다. 혼란기의 출생과 성장기의 혼돈 그리고 성인이 된 이후 몸소 감행한 일탈과 파격의 기록들은 편견에 함몰되지 않는 자유로운 정신과 인습에 얽매이지 않는 혼혈의 정체성을 유전자처럼 보유한 바람같은 인간 한대수의 존재에 고개를 끄덕이게 해준다.

또 시대의 중심에서 60년대 말, 70년대 초엽의 문화 현장을 겪어낸 그의 회고는 단편적이기는 하지만 청바지와 통키타, 생맥주로만 대변되던 낭만과 향수의 포크 시대에 대한귀중한 후일담이기도 하다. 

너무나 독특한 그의 인생을 넘겨보며 범인으로서 느끼는 거리감을 완전히 해소할 수는 없었지만, 비범한 인생 속에서 그가 구현해내는 인간에의 사랑과 삶에의 열정은 감동스러울만치 아름답게 느껴진다. 여전히 대중 앞에서 노래하고자 하는 이 젊은 뮤지션에게 응원군이 필요하다면 기꺼이 한 귀를 내어주고 싶을 만큼.


2001-09-15 23:57, 알라딘



한대수사는것도제기랄죽는것도제기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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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한대수 (아침이슬, 200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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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나어릴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