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산책은 부동산에 들렀다가 영화 보러 가는 길, 그야말로 기능적인 산책이었다. 1월 15일부터 시작된 전세 전환과 집주인의 소유권 이전 및 근저당 해지가 오늘에야 마무리됐다. 중간에 지인과 통화하면서 겪은 일을 얘기했을 때 혹시 사기 아니냐는 걱정을 듣기도 했었고, 사기꾼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내가 경험한 행태로 볼 때 집주인이 양아치는 분명했다. 집을 구할 때 부동산 여성실장님은 여러모로 도움을 주셔서 고마운 마음이었지만, 이번 달에는 남성대표가 전담했고 이전과는 다른 말과 처리되면 준다던 연락을 매번 내가 먼저하고 사후 확인하면서 정나미가 뚝 떨어졌다. 이 일을 2월까지 끌고 싶지는 않아서, 연락하겠다던 이번 주 내내 무소식이라 오늘 먼저 연락하고 일이 마무리됐음을 확인했다. 이제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는 것만으로도 후련하다.
부동산에서 등기부등본을 받아 나와서 해저터널을 지나 강구안으로, 강구안은 조금씩 더 깔끔해지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처음 강구안 골목 맞은 편에 섰을 때 은빛 물고기 조형물에 괜히 마음을 설렜었는데, cu가 자리 잡은 이후 존재감을 확 잃은 것 같았다. 보통은 편의점 파라솔에 가려져 눈에도 잘 안 들어왔는데 오늘은 어쩐지 선명하게 보여서 사진을 찍었으나, 역시 cu의 위용을 감출 수 없어서 아쉽다. 금요일 오후라선지 여행자인 듯한 이들이 조금 눈에 띄었는데, 등하교 시간의 학생들이나 중앙시장의 노인들 말고는 '인파'를 경험한 적이 거의 없어선지 괜히 반가웠다. 1월 하순부터 2월 5일까진가 대학 축구대회를 무관중으로 진행한다는 입간판을 봤는데, 그래선지 이번 주 운하해안로나 도남관광지 쪽을 산책할 때 대학교 이름이 새겨진 관광버스를 자주 봤고 때로 한 식당 앞에 유니폼을 입은 수십 명의 청년들을 목격하는 일도 있었다. 서울에서였다면 아무 감흥 없었겠지만 늘 너무 인적 없고 한산한 통영만 보다 보니, 잠시 한 구역이 외부인으로 북적대는 걸 보면 예전엔 이랬을까? 장사하시는 분들은 정말 이런 걸 바라겠구나 싶어진다. 먼훗날 언젠가 자영업자 꿈나무로서의 바람이기도 하고.
오늘의 영화는 [세자매]와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 무비싸다구 1천 원 쿠폰으로 예매한 게 좀 미안했지만...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는 작년 전주국제영화제 상영회 때에 이어 두 번째 관람이므로 덜 미안해하기로 했다. 몇 년 사이 가장 좋아하게 된 연기자가 김선영 배우인데, 내가 처음 본 건 mbc에서 했던 [아버님 제가 모실게요]라는 드라마였다. 채널을 돌리다가 김창완 아저씨가 나오시길래 보게 됐고, 사실 억지스러운 스토리에 별로 재미도 없었지만;; 김창완 아저씨 보려고 시간 되면 챙겨봤고 그러다가 김선영 배우의 연기에 매료됐다. 지금은 tv가 아예 안 나오고 영등포 살 때는 공중파 채널만 나왔던 관계로, 김선영 배우가 주목받는 계기였다는 [응답하라 1988]은 작년 9월 통영에서 한 달 살 때 재방으로 봤다. 연기에 대해 아는 바는 없지만, [미쓰백]에서도 [허스토리]에서도 [동백꽃 필 무렵]에서도 나는 그녀의 연기가 참 좋았다. 암튼 그래서 [세자매]에 기대를 많이 했고, 캐릭터가 기대와 많이 다르기는 했지만 영화 자체는 좋았다. 두 편의 영화를 보고 나오니 날씨가 꽤 쌀쌀했는데, 오늘은 무려 39분간 버스를 기다렸다. 최장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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