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캠 프로그램으로 기억한 이름, 제목이 마뜩잖았지만 아마 반값할인 중이었거나 궁금해서 산 것 같은데.. 저자가 상정한 주요독자군은 경쟁에 내몰려 허덕이는, 그럼에도 사회과학적 혹은 인문학적 교양에의 관심끈을 놓지 않은 청춘인 듯 하니 나로 말하면 좀 엉뚱한 독자겠지만. 결론적으로 말하면 꽤 흡족한 독서였다.
분명 1권은 꽤 열심히, 2권과 3권은 대략이나마 공부했었던 [자본론]의 아슴한 기억과 여기저기서 얻어 듣고 주워 읽었던 조각조각의 마르크스가 맥락없이 떠오르곤 해서 스스로에 대한 아쉬움이 남기는 했지만. 단편이나마 내가 접했던 소위 사회주의정치조직의 활동가들의 운동과 혹은 다른 세상을 향한 갈구 속에는 왜 전혀 없을까 싶어 의아했던 '사람', '개인', '마음', '감정' 차원의 문제들을 사회관계와 결부시켜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 편안하고 좋았다. 친근한 접근을 위해서인지 저자의 취향인지 둘 다인지 모르겠지만, 설명을 위해 예로 드는 노래와 시와 영화 들도 대개 알고 있거나 반가운 것들이어서 더 좋았고.
무엇보다 저자가 책 머리와 말미에 공히 인용한 "모든 혁명은 인간에 대한 사랑으로부터 시작하는 법"이라는 말, 당연한 듯 하지만 운동의 과정에서 쉽게 잊히거나 추상화되고 마는 그 초심 위에서 쓰여진 글이라는 생각이 들어 좋았다.
대전 오가는 기차에서 주로 읽느라 달리 밑줄도 메모도 하지 못했는데, 엄청 과문하나마 제목으로는 친근하기까지 한 마르크스의 각종 저작들의 인덱스 역할도 어느 정도 해주는 것 같고. 아무려나 이래저래 한 번 더 꼼꼼히 읽고, [자본론]이든 다른 저작이든 찬찬히 다시 읽어보고 싶게 만드는 책이었다. 역시 사회과학은 인문학과 만나야, 운동은 사람을 잃지 않아야, 적어도 내게는 설득력을 발휘하는 듯.
나름 신뢰하고 응원하던 어느 동지에 대한 각별함이 불현듯 사라지는 경험을 했던 지난 겨울의 어느 날, 지나고 생각해 보니 나름 마음을 담은 토로에 대해 '그건 관심 없고' 라는 대답이 돌아왔기 때문이었다는 걸 깨달았을 때, 그때의 심드렁한 기분이 떠올랐다. 상대의 감정과 마음을 배제하는, 쌍방 소외의 관계로부터 나아갈 수는 없다는 걸 다시 한 번 확인한 느낌. 맥락없는 독서가 계속되고 있는데, 일단은 이렇게 앞뒤 없더라도 읽는 가을을 보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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