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속의 반전들도 적잖았지만 작가의 말 속 그의 연배가 무엇보다 반전이다, 그랬구나.. 예전 "고래"를 읽었던 듯 한데 뭔가 무겁고 괴이한, 나와 맞지 않는 느낌이 있었던 듯 하고 (아닐지도..) 첫번째 "봄, 사자의 서"가 딱 그런, 뭔가 답답하고 고답적이면서도 어울리지 않게 멋부린 듯한 상징과 비유의 단어들이 툭툭 튀어나오는 것 같아 심드렁했다. 근데 두번째 "동백꽃", "왕의 무덤" 등 수록작품들이 마치 다른 작가의 소설인 듯 분위기도 문체도 판이해 신기하기도 하고 빠져서 읽기 시작.
단 한 명도 행복하거나 평범한(?) 일상을 영위하지 못하는 주인공들, 이혼했거나 이혼한 듯 살고 있거나 가끔 등장하는 섹스는 하나같이 도구이거나 욕정이거나 가정은 온통 파탄 났거나 불화하거나. 단지 소설이어서가 아니라 우리 시대의 평범이란 이제 이런 것인가 싶은 개연성도 없지 않아 읽는 내내 마음이 무겁기도 작가가 미덥기도 했다. 괜찮았다.
천명관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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