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 세탁한 두 번째 토퍼매트리스가 다 말라 초대형 압축팩에 넣었고, 1월 1일에 주문했으나 오늘에야 도착한 비틀즈 패브릭포스터를 베란다창에 달았다. 그리하여 오늘은 나름의 집 정리가 일단락된 날. 이사하고 11월 하순에는 가져온 짐 정리하느라 바빴고, 1월 초순에는 이 집에서 뭔가 새로 사지 않겠다는 애초의 다짐이 스르르 변질되어 이것저것 사들이고 정리하느라 바빴다. 11월에는 안 쓰는 스카프 두 개를 박음질한 발란스커튼을 베란다창에 달고 자족하였으나, 아... 인간의 이기심이란, 이라기보단 나의 이기심이란;;;
집안에서 왔다갔다하며 정리하다 보니 마치 운동을 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고 어느새 5시가 다 되었지만, 현관문 밖 상쾌한 공기와 풍경의 여릿한 중독성에 기꺼이 산책을 나갔다. 일몰이 한 시간도 안 남은 터라 도남관광지는 애매하고, 봉평동은 너무 짧은 것 같아, 오늘은 좀 다른 길을 통해 해양관광공원에 다녀오기로 했다. 진남초등학교 뒤편으로 처음 가봤는데, 예전에 통영여행 준비할 때 이름으로 친숙해진 게스트하우스들이 있어 괜히 반가웠다. 공원에 서있는 앙상한 겨울나무와 작고 작은 초승달이 참 예뻤고, 해가 진 뒤에도 운하해안로에는 걷는 사람들이 있어 나 역시 편안하게 걸었다. 집으로 돌아오니 7시 정도, 산책 후 귀가로는 가장 늦은 시각이었는데 미륵도에서는 이제 해가 져도 괜찮다는 걸 확인하니 여기가 좀 더 우리 동네 같이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