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국제음악당을 지나 그 뒤편의 해안산책로를 따라 등대낚시공원 너머까지 처음 걸었던 게 지난해 9월이었다. 이사 온 후 처음 그쪽으로 산책을 나갔다. 조선소는 문을 닫았지만 대부분의 건물과 부지는 그대로 방치된 채 남겨져 있어 담벼락 쪽이든 펜스 쪽이든 10분쯤 걸어 지나야 하는데, 그 길이 사실 을씨년스럽다. 그래도 오늘은 윤이상 추모지에 가서 인사해야지, 생각하며 길을 나섰다.
일요일임에도 이름이 무색하게 썰렁한 도남관광지의 해안길을 따라 걷는데 이어폰으로 들려오는 노래와 노래 사이, 트럼펫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볼륨을 줄였더니 누군가 바다를 바라보며 서툴고도 애잔하게 연주를 하고 있었다.
7년 전 어느 주말, 이직하는 사이 짧은 강릉 여행을 했었다. 금요일의 퇴사, 마지막 퇴근길은 동서울터미널에서 강릉으로 이어졌고 새로운 일터로의 출근을 앞둔 일요일에 서울로 돌아왔다. 어렴풋하고도 아련하게 마음에 담은 누군가가 있었고, 강릉을 떠나기 전 들른 해변가 카페에서 커피를 마셨다. 아마 그 사람을 생각했겠지. 터미널로 향하기 위해 문을 나서는데, 카페 통유리를 넘어오지 못했던 맞은 편 해변의 트럼펫 소리가 들려왔다. 이제하의 "김영랑 조두남 모란 동백", 마법 같은 순간이었다.
도남관광지의 트럼펫은 2013년 6월 2일 오후, 강릉의 기억을 불러왔다. 그 소리가 사라진 후 윤이상 추모지로 발걸음을 옮기며 이제하의 "김영랑 조두남 모란 동백"을 오랜만에 찾아 들었다. 그리고 어쩐지 정처없고 하염없는 마음이 되어 곽성삼의 노래를 집에 올 떄까지, 집에 와서도 이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