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갑자기 벌레로 변해버린 존재의 세계와 운명을 일인칭으로 그려내는 작가의 마음은 어떤 것이었을까? 어릴 적부터 익숙했던 이야기여서 그 기발하고 파격적인 상상력에 대해 무감했었던 것 같은데, 읽으면서 작가 자신의 가족 관계와 생활상이 투영된 자전적인 이야기 같아서 소설을 쓸 때 어떤 마음이었을지 많이 궁금해졌다. 작가는 변태를 통해 가족들의 진심과 자신의 존재 가치를 확인하고 싶었던 걸까, 그레고르처럼 그렇게 사라지고 싶었던 걸까.
"선고"는 급격한 분위기의 반전과 전개가 당황스러웠고 "요제피네, 여가수 혹은 쥐의 종족"을 읽으면서는 작가가 이야기의 모티브를 어디에서 얻은 것일지 많이 궁금해졌다. 역자의 해설에는 절반쯤 수긍할 수 있었는데, 거두절미 생의 아이러니에서는 약간 갸우뚱해졌고, 유대민족과 결부된 문제의식에서는 나의 아는 바가 너무 없어 막연해졌다.
오래 좋아한 것에 비해 읽은 게 별로 없는 작가. 어린 날 그가 동생에게 보낸 편지를 모은 책과 [오드라덱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실린 산문들을 읽고 그 우울과, 거리감이 느껴지는 이상한 유머를 좋아했었다. 막스 브로트의 [나의 카프카]를 침대맡에서 몇 장씩 들춰보기도 했었는데 결심 없는 일상처럼 시작한 일이어선지 스르르 중단되고 말았다. 올해는 제대로 읽어보아야지, 가벼운 버전의 책을 마련했는데 이렇게 시작하는 것도 괜찮은 것 같다.
프란츠 카프카•권세훈 옮김•이우창 그림
2007.1.5초판1쇄 2018.3.10초판10쇄발행, 해와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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