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국제음악제와 도서관 강의 덕분에 벚꽃을 만끽하는 날들이다. 어제와 오늘은 오전과 오후에 각기 다른 강의가 있어 이틀동안 네 번이나 도서관을 왕복하느라 온몸으로 봄을 실감했다. 오후 강의가 끝난 후 지난해엔 보지 못했던 봉숫골 벚꽃을 느껴보려고 용화사 입구까지 산책을 했는데, 시간대가 그러했는지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반 단위로 나타났다. 학생들을 인솔하는 교사들도 있었고 신호가 멈추고 차량 통행이 없을 때는 단체사진을 찍기도 했다(기분 좋은 풍경이라 멀찍이서 사진 한 장 찍었는데 누군가에게 실례가 될 일은 아니기를-). 통영의 어떤 학생들에게 봄 벚꽃길의 단체 사진은 학창 시절의 한 장면으로 남겨지는가, 낭만적인 박제다 싶다. 오전 강의를 듣고 집으로 오는 길에는 스무 명이 될까 싶은 유치원 어린이들이 두 명의 교사들과 함께 산책 나온 모습을 보며 마음이 괜히 흐뭇해졌었는데, 오후에 만난 학생들의 활기찬 모습 역시 마음을 환하게 만들어줬다. 잘 나가지도 않지만 일이 있어 나갈 때에도 주말이 아니면 거리에서 활력을 느끼는 일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겠지. 집으로 돌아오니 바람에 날려 옷에 붙었던 벚꽃잎 두 개가 바닥에 떨어졌다. 우리 함께 걸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