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을 다운시키는 건 날아든 쓰레기만이 아니지만, 와중에 잠시 마음이 환해지는 일이 없지는 않았다. 지난해 봄이었으니 벌써 1년을 함께한 살아남은 식물들, 마르고 시들면서도 용케 살고 있는 아이들 중 바질이 처음으로 꽃을 피웠다. 불안해보였던 율마와 테이블야자도 초록빛을 되찾는 중이고 길게 자란 부분들이 갈색으로 변하던 아이비의 새 잎들은 건강한 초록빛이다. 마침 얼마 전 읽은 [지구 끝의 온실]에서 작가의 아버지는 ‘식물은 무엇이든 될 수 있다’고 했다던데, 어제오늘 우리집의 식물들은 누구에게 말할 수도 없이 한껏 침잠한 마음에 반짝 기쁨이 되어 주었다. 작년에 식물 글책모임을 하면서 매번 난감하고 어색했던 게 식물에 대한 나의 마음이었는데, 그 거리가 아주 조금은 줄어든 기분이다. 사람처럼 눈치 없지도 돌변하지도 침범하지도 않는 나의 식물들에게 고맙다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들었다.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