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일 바람이 거셌다. 오후에 집에 들어오는데 복도에 옆 집이 평소 현관문 옆 기둥에 매어놓는 커다란 재활용쓰레기 비닐의 매듭이 풀렸는지 널부러져 있고 페트병 따위가 우리집 앞까지 굴러와 있었다. 아무도 없나 싶어 비닐에 담아 세워 두었다. 바람 많은 날이니 귀가하며 확인하면 집 안으로 들여 놓겠지 생각했다. 거실에서 책을 읽는데 또 넘어졌는지 바람에 비닐 마찰되는 소리, 페트병 구르는 소리 같은 것들이 계속 들렸다. 실내가 조용해서 안에까지 들리는 건가, 신경 쓰였지만 무시했는데 잠자기 전 문단속하며 현관문을 열어 보니 우리집 앞으로 다 쓸려와 있다. 옆 집이 복도에 커다란 비닐 묶어두고 내놓은 재활용쓰레기가 날아온 건 처음이 아니다. 야심한 시각이니 이미 잠에 들어 모를 수도 있지만, 저녁에 분명 봤을 텐데 강한 바람이 계속되는 날에는 집안에 들여 놓는 게 상식 아닌가? 잊을 만하면 재활용쓰레기들을 날리던 반대편 끝 집에 새로 이사 온 이들 역시 뭔가 많이 쌓아두고 있지만 얼마 전 한 번 복도에 휘날린 뒤 나름 단속을 하는 것 같은데, 오늘이 지나면 옆 집도 방법을 바꿀까?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반복될 때마다 짜증스럽고, 바람 잦은 동네의 샷시 없는 복도식 아파트에 살면서 뭔가를 밖에 일상적으로 내놓는 옆 집도 끝 집도 이해가 안 된다. 기본적으로 잠재적 민폐고 의도하지 않았겠지만 때로 적극적 민폐다. 이사 가고 싶다.
산책일기2022. 4. 14. 00: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