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이것만 굉장히 잘하고 있는 느낌이다. 원래 부산영화여행은 '문화가 있는 날'에 맞춰 마지막 수요일에 진행하는데(유서 깊은 척), 이번 달에는 수목요일 오후에 교육 듣는 게 있고 다음 주 목요일부터 지인이 놀러올 예정이어서 어제오늘 다녀왔다. 서울에 살 때도 교통비 들여 외출할 때엔 두 건 이상의 용무 처리를 선호하는 편이었고, 실은 매사에 그런 편이다 보니 부산에 갈 때도 당연히 그렇다. 4월 들어 주 4일을 교육 듣느라 바빠져 책도 별로 못 읽었지만 그래도 중고서점에 팔 책 2권을 챙기고, 얼마 전 오빠가 휴대폰을 바꿔준 덕에 오래 쓴 아이폰7과 고이 모셔뒀던 아이폰5도 팔려고 챙기고, 통영에는 매장이 없는 더바디샵 클럽회원 생일선물도 받아오는 것과 더불어 이틀 동안 여섯 편의 영화를 보고 집으로 돌아왔다.
9시 반쯤 집을 나서 다음 날 저녁 9시 반쯤 집으로 돌아오는 36시간 동안, 그럴 수 있을까 싶을 만큼 촘촘하게 계획대로 많은 일들을 처리하고 나니 오랜만에 열심히 산 것 같은 느낌이 들더라. 영화는 절반쯤 좋았고 절반쯤 쏘쏘였는데, cgv서면삼정타워에서 [서복]을 볼 때 맥주 몇 캔과 안주를 잔뜩 싸들고 맨 뒷자리 중앙에서 자기네집 안방인 양 영화 내내 떠드는 두 사람 때문에 정말정말정말정말정말 짜증이 났다. 그들과 같은 열이었던 나는 영화 시작 후에도 계속 떠들길래 두 열 앞으로 자리를 살짝 옮겼는데, 그 자리까지도 떠들어대는 소리가 들려와서 도저히 못 참고 한 번 더 자리를 옮겨야 했다. 그들에게 자리 옮기는 사람은 안중에도 없는 듯했고 정말 놀랍게도 영화 내내 가끔은 너무 큰 소리로도 떠들어서 내 앞쪽 열에 앉은 사람까지 주의를 주듯 뒤돌아보는 일이 벌어졌지만 그들은 개의치 않는 듯했다. 영화도 그냥 그러했지만 그 두 사람 때문에 불쾌하고 몰입도 안 되고 짜증이 나는 시간이었다. 영화가 끝난 뒤 한두 사람이 부러 뒤돌아 그들을 째려보는 것도 봤는데, 이미 불콰하게 취해 전혀 의식하지 못하는 듯했고 그래도 문화시민이라는 듯 쓰레기를 챙겨나가는 그들의 손엔 커다란 비닐봉지가 두 개나 들려 있더라. 소풍 왔니. 어쨌든 엔딩 크레딧 끝까지 보고 나갔는데 화장실에 들렀는지 그들이 엘리베이터 앞에 서있었고, 난 이건 아니다 싶어서 영화 볼 때 계속 떠들어서 너무 불쾌하고 방해가 됐다고 다음에 다른 데에서는 그러지 말았음 좋겠다고 그들에게 말했다. 남성은 이미 좀 취한 듯한 발음으로 미안하다고 하고 여성은 그에게 내가 그만하라고 했잖냐는 식으로 면박을 주던데, 그들의 소음은 남성의 소리가 훨씬 우세했지만 어쨌든 '대화'였다. 얼마 전 통영에서 [모리타니안]을 볼 때도 두 커플이 경쟁하듯 떠들고 휴대폰 불빛 발산하고 왔다갔다해서 미친 건가 싶었는데, 이번엔 다른 양상으로 최악이었다. 자신들의 언행이 다른 사람들을 얼마나 불편하게 했는지 전혀 인지하지 못하는 이들은... 대체 뭘까? 이해할 수 없다. 민망은 했는지 기다리던 엘리베이터가 와도 타지 않길래 쌩하고 혼자 타고 내려왔는데, 삼정타워를 나올 때는 앞서 가던 남성이 무거운 유리문을 두 번이나 심히 젠틀하게 잡아줬다. 혹시 [서복] 같이 봤나? 중년커플의 비매너에 질려서 부러 그런 걸까 싶을 만큼.
음... 쓰고 보니 이번 부산영화여행의 최대 이슈는 4월 19일 저녁 7시 15분, cgv서면삼정타워 8관 맨 뒷좌석에서 [서복]을 본 중년남녀의 만행이었던 것 같다. 다행인 건 그것 빼고는 대체로 괜찮은, 알찬 여행이었다. 영화를 여섯 편이나 몰아봤더니 너무 소비한 느낌이 없지 않지만... 짧게라도 감상을 정리해봐야겠다. 영화 보고 뭔가 기록하지 않으면 '봤다'는 것밖엔 기억할 수 없고, 그건 좀 쓸쓸한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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