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와 관련해 아이들을 분류한다면, 책을 아주 많이 읽는 극소수와 거의 읽지 않는 대다수로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하여 갖은 장르의 서적들이 만화로 둔갑되어 아이들에게 읽혀지기 위해 나오고 심지어 교과서 만화까지 학년별로 나오는 형편이다. 물론 최근의 현상은 아니다. 이십년 전쯤 내가 어렸을 적에도 세계사나 역사에 관한 만화들은 많이 있었고, 만화가 아이들만의 전유물이라는 인식도 이미 깨져버린지 오래다.
이 책은 아이들을 주독자층으로 겨냥해 엮어진 만화다. 어렸을 적부터 만화에 별 흥미가 없었던 까닭에 지금까지도 나는 만화에 관한한 재미를 못느끼는 편이다. 하지만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재구성한 만화가 이상의 '날개'라는 점 때문에 책을 구해 읽었다. 유치함과 단순함이 학습(?) 만화가 피해갈 수 없는 부분이라고 이해는 하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아쉬운 점이 많이 눈에 들어온다. 만화라는 장르 자체가 가지는 가벼움은 어찌할 수 없었겠지만, 훌륭한 한국의 현대문학을 우리 아이들이 어렸을 적부터 친근히 느끼게 하고픈 동기에의 공감에도 불구하고 '날개'의 만화화는 조금 역부족이 아니었나 싶다.
어렸을 적 시간이 남으면 백과사전의 책장을 여기저기 펼쳐보던 버릇으로 초등학교 5학년때쯤 그의 존재를 처음 알게됐다. 백과사전 인물편에 있는 '이상'이라는 이름이 이상한 사람, 어두운 인상의 흑백사진에 나도 모르게 끌렸고 그의 본명은 여자 이름 같은 김해경이며 일제시대에 건축가로 소설가로 시인으로 살다가 요절을 했다는 간단한 바이오그래피만으로도 특별한 관심이 가서 마음에 새겨뒀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난 후 작품들을 읽게 됐고 '날개'에 흠뻑 빠져 지내던 시기가 있었다. 하지만 어린 시절에 그의 존재를 알고 이유없는 호감을 지녔다한들, 그 시절에 그의 책을 읽고 제대로 이해했을지에 대해서는 긍정하기가 힘들다.
아무리 좋은 작품이라고 해도, 대부분의 어린이에게는 독서의 적령기라는 게 있다고 생각한다. 이상의 '날개'를 만화로 보는 경험은 기대치에의 부응과 무관하게 신선한 경험이었지만, 이 책을 읽은 어린 아이들은 어떤 느낌을 받을까 생각을 하면 조금 의구심이 인다. 차라리 이상의 삶에 관한 이야기를 만화로 구성하는 게 제대로 알리기 위한 출판작업이라면 더 설득력있지 않을까.
2003-07-06 23:27, 알라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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