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같은바람2011. 5. 15. 20:49


10년전쯤 읽었던 '금강'의 감동을 기억하며, 가르치는 어린 친구들에게 선물로 주려고 산 몇 권의 책 중 하나였다. 아이들 책의 좋은 점은 술술 잘 읽히는 부드러운 문장과 부담없는 글씨와 편집, 그리고 그 책을 읽는 동안이나마 아이같은 마음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점이다. 요즘 아이들에게 '신동엽'이라 써있는 책을 내밀면 십중팔구는 방송인을 생각하겠지만, 그리고 시인 신동엽이라는 사람이 선뜻 아이들 구미에 당기는 대상은 아니겠지만, 일단 책장을 넘기면 소박한 그림과 친절한 설명이 잡은 책을 그냥 놓지는 않게 만들 것 같다. 

그와 동시대를 살아본 적이 없는 까닭에 시인 신동엽은 서사시 '금강'이나 '껍데기는 가라'와 함께 어느 정도는 박제화된 대상으로 내게 다가왔었다. 시기는 다르되 윤동주나 이상 만큼이나 형식적으로 이미 완성된 이미지로 다가온 신동엽 시인의 전집을 펼쳐본 일이 없어서 더욱 그러했는지도 모르겠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가볍게 쓰여진 책이어서 신동엽 시인의 삶에 대한 심도 있는 접근이나 이해에는 한계가 있었지만, 간략하나마 그의 일대기를 처음 접하면서 '금강'의 탄생 신화를 지켜보는 듯한 설레임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 어느 시대건 세상과 사람을 향한 올바른 신념을 가진 '그들'이 있어 오늘의 내가 살아갈 수 있다는 고마움 역시 잔잔한 비장함으로 다가왔다.

온라인 게임의 현란한 비주얼과 말초적 스릴에 빠진, 해리 포터를 따라 마법의 학교로 가기를 꿈꾸는 우리의 아이들을 나무라거나 되돌리기에는 이미 세상이 너무 숨가쁘고 각박함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아직 맑은 눈을 가진, 인간이 만들어낸 세상의 부조리와 불합리함에 때묻지 않은 우리 아이들에게 진정한 인간으로 살았던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꼭 들려주고 싶다.


2003-07-05 18:20, 알라딘



신동엽(금강을노래한민족시인)(우리시대의인물이야기5)
카테고리 아동 > 역사/문화/인물 > 한국위인
지은이 김응교 (사계절, 2001년)
상세보기
 

 
Posted by 나어릴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