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걸음걸이2024. 2. 5. 14:14

 

 

반 클라이번 콩쿠르 무대의 연주를 중심으로 한 작품으로 예상했는데, 재단과 콩쿠르 그리고 2022년 대회 참가자들에 대한 소개 영상에 가까운 다큐멘터리였다. 반 클라이번 콩쿠르는 1958년 소련에서 열린 제1회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에서 우승한 미국인 피아니스트 반 클라이번을 기리며 1962년 그의 고향 텍사스에서 시작되어 5년마다 개최된다. 30세 이하만 참가 가능하고 예선과 본선, 준준결선, 준결선, 결선까지 여러 관문을 거치는데, 2022년에는 228명의 예선 참가자 중 선발된 30명이 텍사스주에 모여 본선부터 결선까지 치렀다고 한다.  

영화는 재단과 콩쿠르에 대한 안내로 시작되어 본선 참가자들이 모인 시점부터 최종 우승자가 가려지는 순간까지, 2022년 콩쿠르의 여러 면모를 속도감 있게 담아낸다. 재단 관계자와 클래식 전문가, 유튜브 연주 영상에서 보았던 지휘자 마린 알솝을 비롯해 본선 참가자들까지 다양한 인물들의 인터뷰와 짧은 연주 등이 모자이크처럼 이어진다. 실력 못지않게 전쟁 때문에도 주목받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참가자와 임윤찬 등 메달 수상자들과 더불어 미국과 벨라루스 참가자 등의 인터뷰 비중이 높았는데, 무대가 거듭될 때마다 당락이 결정되고 인터뷰가 추가되면서 생겨나는 서사가 흥미로웠다.  
 
임윤찬의 우승이 몰고 온 화제성으로 이름만 익숙해졌을 뿐, 스크린에 펼쳐지는 모든 장면이 처음 접하는 내용이었다. 콩쿠르는 물론 클래식 음악계에 대해서도 아는 게 없기 때문에, 대회의 기원이 된 평화의 의미를 담아내려는 노력에 더해 젊은 연주자들을 발굴하고 지원해 클래식 음악계의 지평을 넓히려는 재단의 역할이 크게 느껴졌다. 매번 제작되는지 알 수 없지만 그래서 이런 다큐멘터리도 만드는 것 같고, 엔드크레딧 마지막에 콩쿠르 연주 QR코드가 떴던 점도 그 연장선으로 느껴졌다. 미처 생각지 못했지만 나 같은 보통 사람이 느끼는 클래식 음악계의 높은 문턱이 협소한 저변과도 연관될 것 같고, 관객과 청중의 외연 확대는 연주자들에게나 해당 분야 종사자들에게 중요한 문제일 것 같다. 

지난 콩쿠르 우승자인 선우예권의 내레이션과 임윤찬 외 한국인 본선 진출자가 있다는 점도 약간 신기했는데, 한국에서의 홍보 포커스가 임윤찬에 맞춰진 것과 달리 영화 자체는 반 클라이번 콩쿠르의 이모저모를 균형 있게 다루고 있는 점도 좋았다. 콩쿠르 전반의 과정이 적당한 긴장 속에 전개되는 점도, 불가피한 경쟁이지만 출전자들을 북돋우는 따뜻한 분위기와 심사위원들의 포용적인 태도도 인상적이었다. 엔드크레딧에 ‘backstage mothers’라는 단어가 등장해서 궁금했는데 검색으로 알아낼 수 없었지만 적어둔다. 언젠가 프로필에 ‘2022 반 클라이번 콩쿠르 본선 진출’이 적힌 누군가의 연주를 만나게 될 기회가 생긴다면 괜히 반가울 것 같다.  


1/3 cgv서면3 



'빛의걸음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랑은 낙엽을 타고]  (0) 2024.02.05
[2만 종의 벌]  (0) 2024.02.05
[류이치 사카모토-오퍼스]  (0) 2024.02.05
[클로즈 유어 아이즈]  (0) 2023.10.28
[빈센트 머스트 다이]  (0) 2023.10.27
Posted by 나어릴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