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무렵 여의도 길을 지나는데, 3차 범국민대회 때 나뭇가지와 핸드레일에 달아 놓은 리본들이 일부러 보존한 듯 남아 있었다. 열흘은 지난 것 같은데... 국정조사할 때까지 그대로면 좋겠다 생각하며 '노란손수건' 이야기를 떠올렸는데, 좀 아까 텔레비전에서 '노란손수건' 이야기가 나오더라. 재미있는 우연이라 생각하며 전인권 아저씨의 감옥 이야기에 문득 (십여 년 전 하이텔 들국화방 시삽이자 문학무가지 '베스트셀러' 편집장이었던) 박민규를 떠올렸는데, 조금 후에 언급되더니 '부재'를 택한 그의 편지가 읽혀졌다. 내 연상과 무관한 거야 알고 있지만 그래도 좀 신기해서 혼자 재미있어 하다가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예전에 '전인권과 가야'로 잠시 활동할 때, 서른 다섯은 넘어야 음악과 인생을 알 것 같아 35세 이상으로만 멤버를 구성했다던 그의 말이 생각났다. 그때 난 서른 다섯은 정말 완숙한 나이로구나! 아득하게 상상했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서른 다섯 즈음의 그는 참 패기만만한 젊음이었구나 싶다. 이제 그도 대다수 나이 든 사람들이 그러하듯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입장인 듯 하다만... 마지막에 부른 "걱정말아요, 그대"는 역시 명불허전이더라.
동시대를 살아오며 내 마음을 키워준 이름들이 줄줄이 불리우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보면서, 같이 늙어가는 기분이 이런 걸까 생각했다. 살아온 날이 쌓이고 혼자인 날이 길어지다보니, 점점이 떨어져 각기 외로운 존재 자체의 연대에 대해 가끔 생각한다. 다른 거 없고 그냥, 우리 모두 똑같이 외로운 존재들이라는 어떤 연대감. 허나 실은 매우 희박하고 연약한, 어쩌면 연대감이라 이름할 수도 없는, 어쩌면 실낱같은 방어기제에 불과할런지도 모르는. 실은 그래서 고맙다. 노래와 책, 다만 시절을 공유한 저 멀리의 사람이라도. 좀 허무한 일이기는 하지만, 실은 그나마도 참 고마운 일이다. 여의도 외출에서 돌아와, 이제야 뭔가 단독자(?)로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은 허세 가득한 마음이 돋아나고 있는 중이다. 조만간 마음에 드는 작은 주전자 하나까지 갖춘다면 더 바랄 게 없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