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일기2024. 7. 3. 23:05

119

 

 

6월 말부터 에어컨을 살짝씩 켜기 시작했는데 어제 저녁 갑자기 바람이 매우 약소하게 느껴졌다. 평소 온도를 많이 낮추거나 바람을 세게 하는 편은 아니지만, 확연히 느껴질 정도로 약한 바람과 내려가지 않는 계기판 숫자를 보니 문제가 있는 것 같았다. 에어컨 주변 바닥에는 새어나온 물이 흥건했다. 이사 와서 에어컨 설치할 때 집의 구조상 물이 역류할 수 있다는 기사님의 예언이 적중해 몇 달 후 배수펌프를 설치했었다. 이후 물이 새는 일은 없었는데 뭔가 불길했다. 3년 만에 다시 기사님께 연락, 오늘 방문해주셨고 첫 번째 작업은 벌집 발견이었다.   

 

확장된 베란다의 안전가드에 바로 실외기가 달려 있어 방충망 열 일이 없다 보니 몰랐는데, 바로 앞에 주먹보다 작은 벌집이 있었다. 벌집을 발견하면 119에 신고해야 한다는 걸 주워들은 것 같아 연락했더니 금세 소방관들이 오셨다. 너무 작아서 민망했지만 벌집은 벌집, 세 분이나 오셔서 뭘 어떻게 하는지 궁금했는데 약 뿌리고 벌집을 자르는 걸로 제거 과정은 정말 금방 끝났다. 기사님이 작업하시는 중에, 잠깐 외출한 사이에 집이 없어져 당황했는지 벌 한 마리가 베란다를 맴돌다가 사라졌다. 너무 인간중심적이라 미안한데, 함께 살 수는 없다.

 

예전 어느 새벽 아랫집의 소동에 경찰관들이 방문한 적 있었다. 뭔가 관운이 있는 집인가 싶은데, 에어컨운은 없는 집으로 확인됐다. 가스 보충으로 바람은 한결 시원해졌지만 배수펌프는 정상 작동이 안 됐다. 직접 설치한 펌프 고장은 처음이라며 갸우뚱하는 기사님이 당장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다음날 배수펌프를 교체할지 직접 물을 버려가며 여름을 날지를 내가 선택해야 했다. 내년 1월 계약 만료 때 이사할 계획이고 배수펌프 교체 비용도 아깝고 다시 이상이 생기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는 생각에, 나는 수동 배수를 선택했다. 소문자119 같은 상황인데, 벌집이든 에어컨이든 추가적인 문제가 생기지만 않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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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나어릴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