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주부터 시작되는 강의를 몇 개 신청했고, 다녀온 지 한 달이 다 되었으므로 부산에 다녀왔다. [리코리쉬 피자]가 내려가기 전에 보고 싶었고 [레벤느망]도 궁금했고, 아무려나 부산에서의 이틀은 통영 생활의 환기창이므로 일찌감치 숙소를 예약하고 영화시간표가 뜨기를 기다려 다섯 편의 영화를 예매했다. 2월 14일 부산에서 통영으로 돌아온 후 도서관 이용과 투표 말고는 내내 집에만 있었던 터라 간만에 버스 타고 터미널로 가는 길 시야에 들어오는 풍경들이 괜히 새로웠다. 잠깐씩의 동네 외출에서는 만나지 못했던, 선거 다음 날이어서 아직 붙어 있는 거리의 특정 후보 현수막에 특히 눈길이 갔다. 무전동 우체국 앞에 붙은 걸 보고 약간 반색하는 마음이 되었다가 터미널 주변에서는 무려 3개나 발견했는데, 통영에도 이렇게 많이 붙어 있었구나 싶어 신기하기도 했다.
방역패스 중단한 지가 좀 되어서인지 밤 10시 이후에도 영화를 상영하는 덕에, 목요일은 오후 5시경부터 세 편의 영화를 예매했고 오후 1시가 다 되어서 집을 나섰다. 은행 들를 일이 있어 버스 시간보다 30분쯤 미리 터미널에 도착했는데, 신한은행에 갔더니 원래 있던 365코너는 기계가 다 빠진 상태고 가까이에 무인화점이라는 새 간판이 붙은 곳은 공사 중이었다. 시간도 남고 국민은행이라도 가야지 싶어 찾아갔는데 횡단보도 신호등을 기다리며 보니 지점을 철수한 듯 출입문을 가로질러 현수막 안내문이 붙어 있고, 근처에 새로 연 듯한 365코너가 있어 거기서 볼 일을 볼 수 있었다. 인터넷에서 은행 창구 철수나 무인화 전환 등에 대한 뉴스를 가끔 접하는데, 자주 들르던 곳은 아니지만 새로운 불편함이었다. 가속화되면 됐지 역진할 리는 없을 텐데, 자본 입장에서야 절감되는 게 많겠지만 좋은 흐름은 아닌 것 같다.
부산에 도착해서도 여유로웠다. 중고서점에 들렀다가 숙소에 짐을 놓고 한숨 돌리고, 당선 인사 현수막이 걸려 있는 거리를 지나 영화관으로 갔다. 이번에 예매한 영화들은 어떤 이유로든 모두 궁금한 작품들이었는데, 결과적으로 1번과 5번은 별로였고 나머지는 꽤 좋았는데, 특히 [그 남자는 타이타닉을 보고 싶지 않았다]는 압권이었다. 보기 전에는 알 수 없는 것이지만, 다른 영화들이 다 실패였더라도 이 영화 한 편 때문에라도 부산에 올 이유가 충분하다는 기분이 들 정도로 좋았다. 다음 날 [우리가 사랑이라고 믿는 것]은 [피그]와 시간이 겹쳐서 좀 고민을 했었는데 좋아하고 편안하게 느끼는 잔잔한 드라마인 데다 대배우들의 연기 덕에 푹 빠져서 볼 수 있었다. [나이트메어 앨리]는 선호하지 않는 스릴러 장르지만 [판의 미로]와 [셰이프 오브 워터]가 참 좋았으므로 선택했는데, 전반적으로 장황하고 지루한 데다 엔딩도 뻔해서 이게 뭔지 감독에게 토로하고 싶은 심정이 되었다. 차라리 순서가 바뀌었다면 영화의 여운을 음미하며 귀가할 수 있었을 텐데 싶지만, 다 가질 수 있나. 집으로 오는 길, 벌써 다음 달을 기대하며 [6번 칸] 개봉도 다시 한 번 소망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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