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에피소드들은 귀여운 면도 있었지만 홈비디오 질감의 촬영과 무맥락 의식의 흐름으로 이어지는 시쿼스들은 대체로 오글거려서 민망했다. 일상의 거의 모든 부분을 공유하며 고등학교 시절을 보낸 친구들이 짧은 단절 이후의 만남에서 서로에게 느끼는 이물감과 위화감, 어긋나는 소통과 침묵의 순간들의 공기와 감정 정도에만 공감이 됐던 것 같다. 학창시절과 연루된 재미있거나 특이한 에피소드들을 알뜰하게 삽입한 것 같았는데 때로 억지스럽거나 조화롭지 않게 느껴졌고, 각자 따로 노는 이야기들을 부드럽게 연결하는 정교함이 많이 아쉬웠다. 분방하더라도 신선한 임팩트가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세대감성의 차이라고 하면 그렇구나 하겠지만 대체로 부담스럽고 조야하게 느껴져서 너무하네 싶을 때가 적지 않았다. 초반에 산나의 하버드 설정부터 꽤 뜨악했는데 전반적으로 그런 느낌이었고, 사건이나 상상의 씬을 툭툭 던져 놓는 천연덕스러움이 가끔 아연했다. 보편적인 학창시절의 추억을 소환하는 영화라기보다, '성적표'를 매개로 학창시절과 변화하는 우정의 어떤 부분들을 크게 확대했으나 많이 덜컥거리는 영화였던 것 같기도 하다. 그 시절로부터 너무 멀리 온 사람의 인색한 감상이라면 미안하지만, 자비에 돌란의 영화들을 선사하는 엣나인의 픽에 의아할 때가 간혹 있는데 이번에도 그런 느낌이었다.
9/10 cgv명동역씨네라이브러리 art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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