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밤, G와 즐겁게 1박 2일을 보내고 토요코인호텔 부산중앙점 앞에서 헤어졌다. 날씨가 괜찮다면 동네방네비프인가 하는 행사에서 상영하는 [오마주]를 보러 가고 싶었는데 부산에 오는 동안 비 내리는 구간이 있었고 저녁에 비 예보도 있었다. 관계의 여백도 중요하고 G의 시간을 너무 많이 뺏는 것도 미안한 일이라 마음속으로만 계획했다가 취소하고, 서면에 가서 두 편의 다큐를 보고 왔다. [물방울을 그리는 남자]와 [성덕], 배경과 무게와 명도가 많이 다른 이야기였지만 한편 외부로부터 상처받은 마음과 삶을 회복해가는 과정을 각자의 방식으로 담았다는 점이 비슷하게 느껴지는 영화이기도 했다. [애프터 미투]도 이어 볼까 싶었지만 영화제 시작 전부터 무리했다가 컨디션 조절에 실패할까봐 관두고 숙소로 돌아왔다.
토요코인호텔은 몇 년 전 부산국제영화제 때 유료 회원으로 가입해 해운대 1호점에 며칠 숙박하고 처음이다. 이후에도 영화제 일정이 나오면 예약을 했었는데 2년 연속 코로나19 자가격리 시절로 지정됐다는 연락을 받고 취소했었다. 올해도 영화제 두어 달 전부터 예약 시도를 했지만 해운대에 두 곳이나 있음에도 어려웠고, 1호점은 이제 영업을 하지 않는 것도 같다. 메가박스장산에서 영화 상영을 하지 않고 셔틀버스 운행도 하지 않는데 굳이 해운대에 숙소를 잡을 이유가 없고 작년처럼 센텀시티역 근처 호텔을 예약하기엔 부담스러워 서면점을 알아봤는데, 토요코인호텔을 선호하는 중요한 이유인 과자실을 리모델링 이후 아예 없앴다는 걸 확인했다. 하여 어쩔 수 없이 부산중앙점으로 5일을 예약했는데 센텀시티역이나 영화의 전당까지의 교통편이 불편해서 고민하다가 오늘 하루만 여기에 묵기로 했다.
영화제 예매를 하기 전에는 부산에 5박 6일이나 있으니 중간에 동네책방도 몇 군데 들러볼까 싶었는데, 체력을 감안해 하루 세 편씩만 보기로 했는데도 시간을 내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영화제 때마다 부산에 사는 G와 한두 편의 영화를 함께 보고 시간이 맞으면 밥을 먹고는 했던 터라, 예매 완료 후 시간표를 만들어서 공유했다. 몇 년 전부터 해왔던 일인데 올해는 G도 따라서 만들어보았다며 자기 시간표를 보내주었다. 공식적으로 일을 그만둔 후 생활체육인의 정체성을 강화하고 있다고 알고는 있었는데, 저녁 시간이 이렇게나 농구와 탁구로 채워지다니 좋아서 한다지만 존경스러워졌다. 이번에 같이 보는 영화는 [피해자는 누구인가] 뿐인데, 예년에 같이 봤던 영화들이 대체로 그저 그랬던 경험으로 미리 예단하지는 않으려고 한다. 물론 그 영화를 선택한 이유는 체코 영화라는 것뿐이었지만 말이다. 드디어, 나의 올해 부산국제영화제가 시작된다.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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