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거인]과 함께 읽은 이번 달의 모임 책이었다. 완전히 다른 시공간을 배경으로 하고 있고 맥락도 다르지만 ‘말’이라는 연결고리가 이어주는 생각이 재미있었다. 누군가 무심코 내뱉은 말이 만드는 오해와 편견, 무언가 다른 사람에 대한 거리감과 불편함, 티 내지 않아도 선뜻 다가가지 않는 태도로 전이되는 저어하는 마음. 주인공의 꿈 속 여자를 구해줄 수 있는 반지는 입 없는 아이의 손에 있었고, 주인공은 어쩌면 열두 살 어린이여서 자신이 입 없는 아이를 지레 멀리하고 눈 귀 코 없는 사람을 울게 했다는 사실을 미안해하지만... “넌 내게 다가오지 못하잖아!”
단지 다르다는 것만으로 다가가지 못하는 것은 선입견과 혐오 감정일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모두에게 다가가야 하나?
차이와 차별은 다르겠지만, 정말로 얼마나 많이 다를까? 내게 피해를 주거나 감정적으로 어긋난 일이 없는 상태에서 외양에서 비롯된 차이만으로 느끼는 주저함조차 가책을 느껴야 하는 것일까? 다가가지 않는 것은 실은 인정하거나 존중하지 않는 것일까?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교육적인 차원의 논리와 성인이 되어 실제 살면서 관계에서 겪는 역동은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해도 되는 것일까? 어른이 된다고 쉬워지는 질문은 별로 없는 것 같다. 그리고, 그림책을 잘 읽어낼 수 있는 소양 역시 나이 먹는다고 그냥 생기는 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박밤
2020.8.19.초판1쇄, 이집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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