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6월 이후 간만의 제주행. 오후 비행기로 들어가고 오전 비행기로 나오는 2박 3일 일정이어서 지구별가게 방문과 지인 K 만남 그리고 비행기 타는 것, 세 가지를 목적과 의의로 정했다. 집에서 터미널까지 시내버스, 통영터미널에서 사상터미널까지 고속버스, 김해공항까지 경전철을 타고 이동해 무려 3천 원을 들여 사전지정한 제주행 비행기의 창가 좌석에 닿았다. 날이 궂은 편이었지만 구름 위로 올라가니 환한 하늘이 펼쳐지기도 했고 제주공항에 내리니 비는 그쳐 있었다. 여행이라기엔 너무 짧고 깨알 같은 계획도 없지만 공항을 벗어나며 마주치는 환영 인사에 괜히 마음이 들떴다.
숙소에 체크인하니 6시가 다 되었고 K에게 연락해 내일 만날 약속을 잡은 후, 주변 산책 겸 저녁으로 먹을 걸 사기 위해 나왔다. 정말 오랜만에 진눈깨비를 맞으며 어둠 내린 거리를 걸어 검색으로 찾은 이후북스 도착, 불은 켜져 있었지만 오픈시간은 6시까지라고 적혀 있어 문 밖을 서성대다가 안에 계신 분과 눈이 마주쳐 들어갈 수 있었다. 오랫동안 동네책방을 꿈꾸었지만 준비하다가 제로웨이스트샵 중심으로 선회한 자로서, 그래도 유심히 서가를 살펴보았는데 역시나 독립출판물들의 글씨는 내게 아주 작아 보였다. 딱히 마음 가는 책이 없었지만 예의상 제목을 들어봤던 한 권을 구입해 나왔다.
상인들과 손님들의 어울림으로 삶의 활력이 가득하다는 재래시장을 부담스럽게 느끼는 편인데, 가까이에 유명한 동문시장이 있어 저녁으로 먹을 걸 사기 위해 잠시 들렀다. 각종 음식들이 즐비한 야시장은 상인들과 손님들이 가득해 어수선하고 부담스러웠고, 역시 나는 시장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확인하며 그중 만만한 계란말이 전복김밥을 1인분 사서 숙소로 돌아왔다. 예약한 숙소에는 곳곳에 그림이 걸려있는데 주인이 직접 작업했다고 어디서 본 것 같다. 모텔을 리모델링한 것 같은데 정갈하고 청결하게 관리되고 있는 것 같고, 조용히 하루 묵기에 괜찮은 느낌이다. 최소한의 계획에 걸맞게, 집에서도 푹 쉬고 있지만 오늘도 푹 쉴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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