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행복하고 너무나 피곤한 날들, 나의 영화제는 내일 하루가 남았다. 나름의 체력 안배를 위해 부산 오기 전 염두에 뒀던 책방에 가보는 건 없던 일로 하고 영화 보기에만 집중하는 데도 하루 세 편 보고 소화하기가 버겁다. 어제까지는 딱히 사로잡힌 영화가 없어 더 그런 것 같기도 한데, 오늘의 두 번째 영화는 아주 좋아서 마음이 벅차고 기뻤다. 첫 영화는 조지아가 배경이어서 선택했는데, 내가 본 조지아 영화는 [그리고 우린 춤을 추었다]와 [하늘을 바라본다, 바람이 분다]에 이어 세 번째다. 내용은 각기 다르지만 동시대 조지아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잔잔한 드라마라는 점은 같았는데, 개인적으로 로망이 있는 체코를 배경으로 한 이런 영화들을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한 편의 영화에서 담아낼 수 있는 건 한정적일 수밖에 없지만, 이번 영화제에서 단지 체코가 배경이라는 이유로 선택한 두 영화에서 별 감흥을 느끼지 못해 그랬던 것 같다.
영화의 전당에서 마지막 영화를 보기 전에 부러 크게 한 바퀴 돌고 건물과 광장 곳곳의 부스를 살펴봤다. 영화제에 오면 배지나 라이터라도 한두 개 사는데, 감각이나 눈이 높지 않음에도 딱 마음에 드는 걸 찾기가 갈수록 어렵다. 올해도 굿즈 부스를 살펴봤는데 이제 굿즈로 돈 안 벌기로 했나 싶은 느낌이 들었고, 첫날 남포동 대영시네마에서 기본 배지 몇 개 산 걸로 말아야 하나 싶다. 부러 둘러본 더블콘과 비프힐은 전혀 관객 친화적이지 않아서 볼 게 없었는데, 예전 언젠가 영화제와 관련된 배우들의 사진 전시에서 박광정 아저씨를 발견하고 반색했던 기억이 나서 아쉬웠다. 한 구석에 역대 영화제 포스터들이 걸려 있어서 가봤는데 그 앞에 테이블이며 의자들이 놓여 있는 걸 보면, 영화제용이 아니라 그냥 상설 디스플레이인 것 같았다. 영화제의 주요 참여 세대가 나보다 한참 젊은이들이기 때문에, 굿즈도 상영 외 프로그램들도 내 흥미를 끌지 못하는 걸까 하는 싶기도 하다. 하루 남았다. 내일도 한 편쯤은 반짝이는 영화를 만날 수 있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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