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같은바람2011. 5. 11. 00:02


결국 떠나지 못했지만, 여행을 준비하는 중 들뜬 마음 가라앉히며 읽었던 책이다. 부제로 붙어있는 '신화와 성서의 무대, 이슬람이 숨쉬는 땅'이라는 말처럼 터키는 넓은 국토 곳곳에 인류의 신화가 흔적으로 살아있고 세계사의 한 장을 장식했던 갖은 사건들이 퇴락한 현장성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는 유적과 같은 나라다. 경제력과 군사력이 가치의 척도가 되는 현대사로 오면서 터키라는 나라는 유럽 한 구석에 그저 널리 자리잡고 있는 뒷전의 나라가 되어버렸지만, 뒤늦게 발견한 터키는 한 번쯤 꼭 가보고 싶은 유혹적인 나라다.

이 책은 크게 터키가 자리 잡고 있는 아나톨리아 반도 전체에 흩어져 있는 유적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와 터키의 역사와 정체성 그리고 현재, 월드컵 이후 부쩍 가까워진 우리나라와의 관계를 다루는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너무나 먼 나라라고만 생각했지만, 책을 읽다보면 어린 시절 성경 공부 시간이나 학창 시절 세계사 시간에 배웠던 종교와 역사의 사건들을 다시 만날 수 있고 피상적으로 먼 나라라고만 느꼈던 터키에 대해 단편적이나마 많은 것들이 이미 우리에게 알려져있었음을 느낄 수 있다. 수도 이스탄불은 이미 여러 권의 책으로 그 역사와 문화가 소개되었을 만큼 독자들의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데, 이 책에서는 이스탄불에 산재해있는 유명 유적지들을 중심으로 간략히 정리가 되어있어 다른 책에서 읽고 잊어버렸던 사실들이 정리가 되는 느낌이다. 

월드컵의 반향으로 '터키'라는 나라가 일명 '형제의 나라'로 부상하면서, 매스컴에서도 터키와 터키 사람들에 대한 방송을 많이 했었다. 한국전쟁의 참전 이후 그들이 우리나라에 대해 지니고 있다는 형제애를 뒤늦게 알게 됐지만, 단지 그 때문이 아니라도 터키는 충분히 관심을 갖고 가보고 싶은 나라다. 3년 전 베를린의 페르가몬 박물관에서 느꼈던 가슴 답답함과 온몸을 싸하게 만들었던 소름을 나는 아직도 기억한다. 제국주의의 오만과 망령은 힘의 논리로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가치의 전복을 낳았고, 그 결과가 동양의 작은 나라에서 온 여행자의 눈에는 너무나 어이없고 비극적인 페르가몬 박물관의 전시품에서 그대로 재현되는 느낌이었다. 우리나라에서 동남아의 노동자들이 고통받고 있듯이 서구유럽에서는 일을 찾아 떠나온 터키인들 또한 비슷한 취급을 받고 있다고 한다. 세계를 지배하는 돈과 힘의 논리를 부정한다고 해서, 현재와 유리된 역사의 유장함과 유적의 아름다움만으로 한 나라의 가치를 평가할 수는 없겠지만 힘없고 작은 나라에 대한 발견과 정당한 시선은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슬람과 '터키'에 대한 관심과 환기로 새롭게 알게 된 그 곳의 그들을 언제쯤 만나볼 수 있을까. 먼 날의 기대로 간직고 싶다.


2003-02-15 17:00, 알라딘



터키:신화와성서의무대이슬람이숨쉬는땅신화와성서의무대이슬람이숨
카테고리 역사/문화 > 동양사 > 동양사일반
지은이 이희철 (리수, 200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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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나어릴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