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윤광준이라는 이름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언젠가 기사에서 봤던 윤대녕님과의 관련 때문이었고, 이 책을 손에 넣게 된 것도 얼마 되지 않는 윤대녕님의 추천사가 첫번째 이유였다. 그러니까 출발은 순전히 노란 관심이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많은 사람들에게 가장 손 쉽고 친근한 취미인 음악 감상과 독서는 내 삶에서도 예외 없이 커다란 부분을 차지한다. 음악 없이 못산다고는 못해도 정말 없다면 사는 게 꽤 힘들거라고는 생각하는 측이고, 일찌기 변함없이 곁에 있으며 필요할 때 위안을 아끼지 않는 노래와 책을 사람보다 낫다고 감히 결론 내렸던 스무 살 이후 꽤 오래 두고 가까이 사귀는 벗이니.. '친구'라고 해도 되려나.
오타쿠니 마니아니 하는 무언가 하나에 미친 사람들이 이제는 그리 유별나보이지는 않는 것 같다. 물론 세월을 두고 하나의 대상에 깊이를 더해가며 주변도 함께 돌아볼 줄 아는 참된(?) 애호가들보다는 뿌옇게 거품을 일으키며 한 시기의 열정에 휘둘리는 소란스러운 집단이라는 편견을 전면적으로 부정할 수는 없지만, 무엇이건 누구건 초심은 그렇듯 가볍기가 쉬울 거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차분하고 조근조근하게 얘기를 들려줄 고수들이 더욱 소중한 것이려니.
문외한인 독자의 입장에서도 일명 '오디오 파일'이 되기까지 자신의 경험을 하나하나 펼쳐보이는 필자의 이야기를 읽으며 그가 얼마나 '미쳐'있는지를, 그 미침이 그의 인생에 얼마나 풍부한 자양과 윤활유가 되어주었는지를 느낄 수가 있다. 또 글에 등장하는 더불어 미쳐 있는 여러 사람들의 오디오를 관통하는 일화들은 하나의 대상에 천착하는 혜안과 심미안을 가진 그들의 모습에 고운 시선을 보태주는 아름다움이었다.
오디오파일 되기란, 돈 많은 사람들만이 만끽할 수 있는 호사스런 취미만은 아니겠지만그렇다고 필자가 언급한 김갑수님처럼 생활고를 무릎쓰지 않고도 즐길 수 있는 만만한 것은 절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비꼬인 이죽거림이나 천박한 질투의 마음이 한 치도 일지 않았던 까닭은, 대상을 향한 필자의 순수하고 정치한 사랑이 과연 하나의 경지를 구축하고 있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리라. 나 역시 '소리의 황홀'에 전율하며 노래를 듣고 싶다라는 욕구와는 별개로 말이다.
2001-09-16 00:58, 알라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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