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든의 자살을 꿈꾸는 마흔의 소녀
황주리. 내게 그녀의 이름은 낯설고, 그림도 새롭다. 여든 살의 아름다운 자살을 꿈꾸는 불혹을 넘긴 독신의 화가. 그녀에 대한 무지와 무관하게 무척 매력적이라는 생각으로 책을 집어 들었다. '날씨가 너무 좋아요.'는 책 첫머리에 그녀가 인용해 놓은 카뮈의 책 속에 나오는 말이다. 짧은 한 문장에서 느껴지는 평온함이 마음에 들었다. 여든의 자살을 상상했을 때, 글을 쓰던 그녀는 이제 꼭 반생을 살아내고 남겨둔 마흔 즈음이다. 화가라는 타이틀을 가진 그녀의 감수성이 내 주변의 생활에 젖어 마흔을 넘기는 여인들과 같지는 않겠지만, 십 년을 남겨둔 나의 마흔에도 여생에 대한 그런 설렘이 있을까 궁금해진다.
책장 사이에 등장하는 그녀의 그림들은 대체로 모노톤의 세련된 쓸쓸함을 한껏 담고 인간에게 닥치는 불가항력의 고독에 대해 속삭이는 느낌이다. 화려한 원색으로 치장된 그림들에서도 느낄 수 있는 것은 파편처럼 흩어져있는 인간 군상들의 불가해한 소통에 대한 담담한 응시일 뿐이다. 하지만 그녀가 관계를 부정하는 외곬의 그림쟁이거나 인생의 따스함을 외면하는 냉혈의 여인 같지는 않다. 어쩌면, 결국 살아가는 일이란 자기 몫으로 던져진 고독을 등에 이고 끊임없이 누군가와 마음을 나누고픈 욕망을 견뎌내는 일은 아닐까.
그녀는 행복해보인다. 태생의 조건이나 자라난 환경, 타고난 재능도 '그녀의 행복'(?)에 적잖은 영향을 줬겠지만 그것보다 더 돋보이는 것은 그녀가 홀로 감내해야하는 삶과 일의 무게를 처리하는 방식이다. 견디거나 버티기보다는 즐기고 음미하기. 영화 속에서나 볼 수 있는 맨해튼 고공의 자기만의 방, 언제든 떠나고 싶을 때 떠나고 싶은 곳으로 나갈 수 있는 자유와 여유, 자신의 모든 것을 걸어 그릴 수 있는 그림. 한 사람의 삶이 가질 수 있는 최대치를 가진 그녀, 하지만 나는 무엇보다도 절대 고독이라는 존재의 멍에를 아름답게 즐기는 법을 알고 있는 것만 같은 그녀의 삶을 향한 마음이 참으로 부럽다.
황주리. 내게 그녀의 이름은 낯설고, 그림도 새롭다. 여든 살의 아름다운 자살을 꿈꾸는 불혹을 넘긴 독신의 화가. 그녀에 대한 무지와 무관하게 무척 매력적이라는 생각으로 책을 집어 들었다. '날씨가 너무 좋아요.'는 책 첫머리에 그녀가 인용해 놓은 카뮈의 책 속에 나오는 말이다. 짧은 한 문장에서 느껴지는 평온함이 마음에 들었다. 여든의 자살을 상상했을 때, 글을 쓰던 그녀는 이제 꼭 반생을 살아내고 남겨둔 마흔 즈음이다. 화가라는 타이틀을 가진 그녀의 감수성이 내 주변의 생활에 젖어 마흔을 넘기는 여인들과 같지는 않겠지만, 십 년을 남겨둔 나의 마흔에도 여생에 대한 그런 설렘이 있을까 궁금해진다.
책장 사이에 등장하는 그녀의 그림들은 대체로 모노톤의 세련된 쓸쓸함을 한껏 담고 인간에게 닥치는 불가항력의 고독에 대해 속삭이는 느낌이다. 화려한 원색으로 치장된 그림들에서도 느낄 수 있는 것은 파편처럼 흩어져있는 인간 군상들의 불가해한 소통에 대한 담담한 응시일 뿐이다. 하지만 그녀가 관계를 부정하는 외곬의 그림쟁이거나 인생의 따스함을 외면하는 냉혈의 여인 같지는 않다. 어쩌면, 결국 살아가는 일이란 자기 몫으로 던져진 고독을 등에 이고 끊임없이 누군가와 마음을 나누고픈 욕망을 견뎌내는 일은 아닐까.
그녀는 행복해보인다. 태생의 조건이나 자라난 환경, 타고난 재능도 '그녀의 행복'(?)에 적잖은 영향을 줬겠지만 그것보다 더 돋보이는 것은 그녀가 홀로 감내해야하는 삶과 일의 무게를 처리하는 방식이다. 견디거나 버티기보다는 즐기고 음미하기. 영화 속에서나 볼 수 있는 맨해튼 고공의 자기만의 방, 언제든 떠나고 싶을 때 떠나고 싶은 곳으로 나갈 수 있는 자유와 여유, 자신의 모든 것을 걸어 그릴 수 있는 그림. 한 사람의 삶이 가질 수 있는 최대치를 가진 그녀, 하지만 나는 무엇보다도 절대 고독이라는 존재의 멍에를 아름답게 즐기는 법을 알고 있는 것만 같은 그녀의 삶을 향한 마음이 참으로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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