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록의 투병일기 등의 부분을 몇 달 전에 먼저 읽고, 다시 잡아 열흘 남짓 띄엄띄엄 읽었다. 오랜 기간에 걸쳐 기존에 발표했던 글들을 묶은 것이어서 이따금 중복되는 내용도 있는데 아마 그것들이 저자가 특히 중요하게 여기는 것들인 것 같다.
역사는 그런대로 좋아하지만 산은 정말이지 무관심한 터라 역사와 산을 염두에 둔 적도 사실 없었는데, 책을 읽으며 역사기행에 함께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기행도 좋겠지만 거의 평생을 자기 방식으로 운동에 복무하는 저자의 이야기가 궁금하고, 그런 활동의 밑바탕이 되었을 역사인식과 낙관주의를 배우고 싶기도 하다.
운동한다고 별로 생각도 않지만 어쨌든 운동단체에 적을 두고 활동하는 입장에서, 언제나 간극과 괴리와 불균형 들을 유독 도드라지게 감지하고 무시로 흔들리는 스스로에 대한 고민이 자꾸만 겹쳐진다.
내가 알고 있는 한 운동의 전제는 집단성이고 '시시한 개인'들이 더 나은 공동체를 향한 집단의 동학으로 조직되고 움직이며 발휘하는 활력이, 원동력이다. 이제 조금이나마 어차피 거기서 거기인 개인들에 대한 실망을 활동의 한계를 만드는 핑계로 삼지 말자고 생각하는 수준일 뿐이지만... 여전히 잘 모르겠다, 대학시절 읽었던 책들이 겹쳐 떠오르며 어쩌면 역사적 전망에 대한 결의와 신뢰는 많이 알고 되새기는 것으로 얻어질 수 없는, 생래적이고 성향에 기반한 게 아닐까 되묻는 내 모습이 어렸을 적과 너무 똑같다.
박준성
이후, 2009.6.30 / 2010.5.20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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